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12.斷章取義(단장취의)

주비세상 2024. 2. 24. 15:15

남이 쓴 문장이나 시의 한 부분을 그 문장이나 시가 가진 전체적인 뜻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인용하는 일. 또는 그 인용으로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합리화하는 일. 무언가 근거를 대는 행위 따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인용하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다. 유의어로 심장적구(尋章摘句),심장멱구(尋章覓句)가 있다.(:옛 사람의 글귀를 여기저기서 뽑아서 시문을 짓는 일)

 

 

중국 춘추시대의 경대부(卿大夫)들은 회의나 연회석상 등에서 자기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대신 《시경(詩經)》 시구 중의 일부를 따다가 읊어 의사를 표시했는데, 이를 ‘단장(斷章)’이라 했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좌전(左傳) 〈양공(襄公) 10년〉》에 나온다. 진(晉)과 노(魯) 등 10여 국가가 연합하여 진(秦)을 공격했다. 연합군은 경수(涇水)에 이르러 강을 건널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의했다. 진(晉)의 대부 숙향(叔向)이 노나라의 대부 숙손표(叔孫豹)를 찾아가 의견을 구했다. 숙손표는 ‘포유고엽(匏有苦葉)’이라고 답했다. 숙향은 돌아와 강을 건널 배를 준비했다.

〈포유고엽(匏有苦葉)〉은 《시경 〈패풍(邶風)〉》에 나오는데, 한 여인이 물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정경을 그린 시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박에는 마른 잎 달려 있고, 제수에는 깊은 나루 있네. 깊으면 옷을 적시고 건너고, 얕으면 옷을 걷고 건너야지.

(匏有苦葉, 濟有深涉. 深則瀝, 淺則揭.)」

숙손표는 이 시에서 ‘단장’을 하여 반드시 물을 건너라는 것을 암시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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