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멍석바위1<시집> 11

17.멍석바위를 꾸미고 나서

멍석바위를 꾸미고 나서 물 맑고 풀 고운 개울가에 앉아 흘러가는 물소리에 시름을 띄워보내면 웃자란 쑥대 내음이 지난 시간들을 부른다. 부질없이 살아온 세월.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멀고 바쁘지만 잠시 머뭇거리며 낙서해 놓은 것에 미련을 두어 어설픈 글과 서툰 영상 작업으로 습작을 꾸며본다. 禿筆을 대하는 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면서……. 2003년 어느 봄날 주비

16.퇴임사

명예 퇴임사 해마다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었습니다. 포기마다 피어날 향기와 색깔을 그리면서 한 세월 나를 잊고. 그것이 眞正 幸福인 줄도 몰랐습니다. 한 생각 놓고 돌이켜 보니 여기 洛江이 흐르고 저기 저렇게 琵瑟山이 푸른 것이 보입니다. 지금 저는 胡蝶夢을 꾼 듯 안개 속을 걷습니다. 새장을 나온 마음은 三生을 꿰뚫은 大自由人이 된 듯 가슴 벅찹니다. 이제 비껴 가는 歲月을 바라보며 因緣따라 또 한 세월을 맞으렵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無爲의 삶을 살렵니다. 마음 따라 모든 일 이루소. (1999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