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장자는 굶다 못해 監河侯(감하후)를 찾아가 약간의 식대를 꾸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감하후는 친구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 이렇게 핑계를 댔다.
“빌려 주지. 2, 3일만 있으면 食邑(식읍)에서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三百金(삼백 금)쯤 융통해 줄 테니 기다리게.”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2, 3일 뒤에 巨金(거금) 삼백 금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체면 불고하고 찾아온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장자는 내뱉듯이 말했다.
“고맙군, 하지만 그땐 아무 소용없네.”
그리고 이어 장자 특유의 비아냥 조(調)로 이렇게 敷衍(부연)했다.
“내가 여기 오느라고 걷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지 않겠나.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붕어가 한 마리 있더군 [涸轍鮒魚]. ‘왜 불렀느냐’고 묻자 붕어는 ‘당장 말라죽을 지경이니 물 몇 잔만 떠다가 살려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귀찮은 나머지 이렇게 말해 주었지. ‘그래. 나는 2,3일 안으로 남쪽 吳(오)나라와 越(월)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西江(서강)의 맑은 물을 잔뜩 길어다 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랬더니 붕어는 화가 잔뜩 나서 ‘나는 지금 물 몇 잔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기다리라고 하니 이젠 틀렸소. 나중에 乾魚物廛(건어물전)으로 내 시체나 찾으러 와 주오’라고 하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더군. 자, 그럼 실례했네.”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