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56.涸轍鮒魚(학철부어)

주비세상 2024. 8. 27. 11:35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라는 뜻으로, 매우 위급(危急)한 처지(處地)에 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壅塞)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유의어로 철부지급(轍鮒之急), 학철지부(涸轍之鮒)로도 쓴다.

 

이 말은 중국 戰(전국시대)  (무위자연)을 주장했던 (장자)의 이야기로 ≪(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왕후)에게 무릎을 굽혀 안정된 생활을 하기보다는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그는 끼니조차 잇기가 어려웠다.

어느 날 장자는 굶다 못해 監河侯(감하후)를 찾아가 약간의 식대를 꾸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감하후는 친구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 이렇게 핑계를 댔다.

“빌려 주지. 2, 3일만 있으면 食邑(식읍)에서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三百金(삼백 금)쯤 융통해 줄 테니 기다리게.”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2, 3일 뒤에 巨金(거금) 삼백 금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체면 불고하고 찾아온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장자는 내뱉듯이 말했다.

“고맙군, 하지만 그땐 아무 소용없네.”

그리고 이어 장자 특유의 비아냥 조(調)로 이렇게 敷衍(부연)했다.

“내가 여기 오느라고 걷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지 않겠나.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붕어가 한 마리 있더군 [涸轍鮒魚]. ‘왜 불렀느냐’고 묻자 붕어는 ‘당장 말라죽을 지경이니 물 몇 잔만 떠다가 살려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귀찮은 나머지 이렇게 말해 주었지. ‘그래. 나는 2,3일 안으로 남쪽 吳(오)나라와 越(월)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西江(서강)의 맑은 물을 잔뜩 길어다 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랬더니 붕어는 화가 잔뜩 나서 ‘나는 지금 물 몇 잔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기다리라고 하니 이젠 틀렸소. 나중에 乾魚物廛(건어물전)으로 내 시체나 찾으러 와 주오’라고 하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더군. 자, 그럼 실례했네.” [네이버 지식백과]


너무 힘들고 괴롭고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게, 때로는 큰 도움보다는 나의 작은 미소가, 나의 작은 손길이, 나의 작은 마음이 더 중요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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