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밟은 기러기의 발자국이 눈이 녹으면 없어진다는 뜻으로, 인생의 자취가 흔적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용어로 인생무상(人生無常),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 인생여풍등(人生如風燈) 등이 있다.
이 말은 동생 蘇轍(소철)이 형 소동파 蘇軾(소식)에게 보낸 시를 보고 소식이 화답한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應似飛鴻踏雪泥 泥上偶然留指爪> 구절에서 雪泥鴻爪(설니홍조)가 유래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오 년 전 아버지 蘇洵(소순)은 두 아들을 데리고 開封(개봉)에서 치르는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고향인 사천성을 떠나 머나먼 旅程(여정)의 길을 가던 중 沔池(면지 또는 澠池) 서쪽 이릉(二陵)까지 왔을 때 그들이 타고 왔던 말들이 죽어 실의에 차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스님 奉閑和尙(봉한화상)이 그들을 보고 면지(沔池) 부근에 있는 화상의 절에서 하룻밤을 묵어 갈 것을 권하여 절에서 묵으며 방의 벽에 시를 적어 놓고 떠났는데, 그로부터 오 년 후 소식이 과거에 급제하여 鳳翔府簽判(봉상부첨판) 관직에 임명되어 임지인 산시성으로 가고 있었다.
동생 蘇轍(소철)은 1년 전에 과거를 보러 개봉으로 가던 도중에 면지에 있는, 노승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형제가 함께 벽에 시를 쓴 추억을 떠올리며 형에게 봉상(鳳翔)까지 가는 험난한 행로를 걱정하는 아우의 마음을 담아 시를 보낸다.
동생의 시를 받은 소식이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 蘇軾소식>
면지에서의 옛날 일을 생각한 자유의 시에 화답하여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 지하사) 정처 없는 우리 인생 무엇 같을까?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 답설니) 기러기가 눈밭 위를 배회하는 것 같으리.
泥上偶然留指爪 (니상우연 유지조) 진흙 위에 어쩌다가 발자국을 남기지만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 계동서) 기러기 날아간 뒤엔 행방을 어찌 알리?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이사 성신탑) 늙은 중은 이미 죽어 사리탑이 새로 서고
壞壁無由見舊題 (괴벽무유 견구제) 낡은 벽은 허물어져 글씨가 간데없네.
往日崎嶇還記否 (왕일기구 환기부) 힘들었던 지난날을 아직 기억하는지?
路長人困蹇驢嘶 (노장인곤 건려시) 길이 멀어 사람은 지칠 대로 지치고 나귀는 절뚝대며 울어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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