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뜻을 직역하면
'콩을 삶기 위하여 같은 뿌리에서 자란 콩대를 태운다.'
는 뜻이다. 그러나 전고(典故)를 살펴보면 형제끼리 서로 시기(猜忌)하고 다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중국 남조(南朝) 송(宋) 임천왕(臨川王) 유의경(劉義慶)이 지은 고대 소설집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온다.
삼국시대 위문제(魏文帝)인 조비(曹丕)는 그의 아우 동아왕(東阿王) 조식(曹植)을 몹시 미워했다. 조식은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는데, 특히 열 살 때 벌써 훌륭한 시를 지을 정도로 글재주가 뛰어났다. 조조(曹操)는 셋째인 조식을 총애하여 한때는 조비를 제쳐 놓고 후사로 삼을 생각까지 했었다. 조비는 어릴 때부터 동생 조식의 글재주를 시기해 온 데다 후사 문제에서도 밀릴 뻔했던 적이 있어서 조식을 미워했다.
어느 날, 조비는 조식을 해칠 목적으로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대죄로 다스리겠다고 윽박질렀다. 조식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완성했다. 이 시가 바로 칠보시(七步詩)이다.
콩을 삶아서 국을 끓이는데(煮豆持作羹)
콩을 걸러서 국물을 부었다(漉菽以爲汁)
콩대는 솥 밑에서 타고(萁在釜下燃)
콩은 솥 안에서 울고 있구나(豆在釜中泣)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本自同根生)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相煎何太急)
이 시를 들은 위문제 조비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원래 6구절로 되어 있는 이 칠보시(七步詩)는 삼국연의(三國演義) 등에 의해 아래와 같은 4구절로 된 시로 전해졌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煮豆燃豆萁)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豆在釜中泣)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本是同根生)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相煎何太急)
이 시에서 유래하여 글재주가 뛰어난 것을 일러 칠보지재(七步之才), 칠보성장(七步成章), 재점팔두(才占八斗), 하필성문(下筆成文)이라 한다.
그리고 골육상잔을 가리켜 콩을 삶는데 콩깍지를 땐다는 뜻의 자두연기(煮豆燃萁), 콩깍지와 콩이 서로 삶아 댄다는 뜻의 기두상자(萁豆相煮), 서로 삶아 대는 일이 어찌 그리 급하냐는 뜻의 상자하급(相煮何急)이라는 성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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