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명심명구이야기

13. 베풀었으면 잊어라

주비세상 2013. 3. 19. 15:55

 

<明心名句13> 베풀었으면 잊어라

 

 

素書云 薄施厚望者는 不報하고 貴而忘賤者는 不久니라 (存心篇)

 

<소서에 이르기를 “적게 베풀고 많이 받기를 바라는 사람은 보답을 받지 못하고, 귀하게 된 뒤에 비천했던 때를 잊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느니라.”하였다.>

 

施恩이어든 勿求報하고 與人이어든 勿追悔하라(存心篇)

 

<은혜를 베풀었다면 그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회하지 말라.>

 

소서(素書)는 황석공(黃石公)이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의 책사 장자방(張子房)에게 전수한 병서(兵書)이다. 

‘심은 대로 거둔다(種瓜得瓜 種豆得豆)’는 말이 있다. 남에게 박하게 베풀고 후한 보답을 바란다면 이는 염치없는 사람이거나 경우 없는 사람이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고 했으니 남에게 후히 받으려면 먼저 남에게 후하게 베풀어야 한다.   

출세했다고 어려운 시절을 잊고 교만하면 그 지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신분이 달라졌다고 어려운 시절 사귄 사람을 저버리는 사람은 자신도 세상에게 버림을 받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힘이 있고 남에게 덕을 베풀 위치에 있거든 정당하고 후하게 인정을 베풀 일이다.

 그리고 남에게 베풀었다면 보답을 바라지 말고, 주고난 뒤에 후회하지 말라고 하였다. 형편과 처지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면 이를 어찌 군자라 하겠는가?

예수님은 남에게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자선(慈善)을 숨겨두라고 가르쳤고, 부처님은 금강경(金剛經)에서 ‘베풀었다는 생각까지 하지 말라(無住相布施)’며 자기의 자선행위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