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102. 碩果不食(석과불식)

주비세상 2025. 5. 9. 14:19

이 말을 직역하면 '크고 단단한 과일은 (종자로 쓰기 위해서) 먹지 않는다' 또는 '크고 단단한 과일은 (벌레) 먹히지 않다'가 된다. 이를 의역하면 '충실한 열매는 먹어치우지 않고 남겨 종자로 쓴다', 또는 '덕과 능력으로 충실한 사람은 버림받지 않는다'가 된다. 

주역(周易)의 효사(爻辭)에 있는 말이다. 
차례차례 하나씩 음효(陰爻)로 바뀌어 음효 여섯으로 도식되는 중지곤괘(重地坤卦)가 되는데, 이 산지박괘는 이미 아래 다섯 개의 양효가 음효로 바뀌어버렸고, 마지막 하나만 양효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크고 단단한 과일은 이 양효를 두고 말한 것이고, 이 양효는 사람으로 치면 군자(君子)이고 대인(大人)이고 남자 어른이다.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많은 일을 하는 주체이다. 이를 자연의 기운으로 바꾸어 말하면, 태양의 밝은 기운이다. 이 양(陽)의 기운은 만물을 일으켜 세우는 창조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로 비록 음(陰)의 세력이 점점 커져서 밀려나는 상황일지라도 결코 완전히 먹히지 않는다는, 다시 말해, 굴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碩果不食(석과불식)’이 쓰인 것으로 판단된다.


씨앗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왔다.  다산 정약용이 남긴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농부아사 침궐종자 (農夫餓死 枕厥種子)'도 예부터 전해오는 말이다. 즉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현재가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와 희생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상징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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