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39.天衣無縫(천의무봉)

주비세상 2024. 4. 21. 14:10

• '하늘나라 사람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
는 뜻으로, 시문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잡을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부족한 것이나 흠이 없음.
•세상일에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풀이해 놓았다.

중국 五代十國(오대십국)의 하나인 前蜀(전촉) 사람 牛嶠(우교, 850~920)가 편찬한 야담집 영괴록(靈怪錄) 곽한(郭翰) 편에 나오는 말이다. 

태원(太原)에 사는 곽한(郭翰)은 젊은 시절 청정(淸正)한 명성을 누리며 잘 살았으나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살고 있었다. 헌헌장부로 언변이 뛰어났고 초서와 예서에 능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 그가 정원에서 달빛을 감상하며 누워 있는데 홀연 맑은 바람에 향기가 나더니 하늘에서 아름다운 선녀가 내려왔다.
“저는 천상(天上)의 직녀(織女)이옵니다. 남편과 오래 떨어져 있어 울화병이 생겼는데 상제께서 은혜를 내리셔서 인간세계에 가서 놀도록 해 주셨답니다. 당신의 고매한 풍채를 사모하고 있어 당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싶습니다.”
하며 잠자리를 같이 하기를 요구했다. 직녀는 매일 밤 찾아왔다. 칠월 칠석이 되자 며칠 안 오다가 다시 나타났다. 
“남편(牽牛)과의 재미는 좋았소?” 
“천상의 사랑은 지상의 사랑과 다릅니다.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니 질투는 마십시오.”
곽한이 조용히 그녀의 옷을 살펴보니, 바느질한 곳이 전혀 없었다. 이상해서 물으니, 
“하늘의 옷은 원래 바늘이나 실로 꿰매는 것이 아닙니다(天衣無縫).”
그녀가 하늘로 돌아갈 때면 옷이 저절로 그녀의 몸에 입혀졌다. 직녀는 상제가 허락한 기한의 마지막 날 밤, 곽한에게 곧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하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직녀(織女)의 시녀가 소식을 한 번 전한 이후로 소식이 끊겼다. 
그 뒤로 곽한은 절세미인을 보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고, 집안의 혈통을 잇기 위해 아내를 맞이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후손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중국 五代十國(오대십국) 시대(907~979년)

 주전충(朱全忠)이 건국한 후량에 의해 당나라가 멸망한 907년부터, 송나라가 십국을 통일한 979년까지,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화북을 통치했던 5개의 왕조(오대)와 화중·화남과 화북의 일부를 지배했던 여러 지방정권(십국)이 흥망을 거듭한 정치적 격변기를 가리킨다. 
오대는 후량(後梁, 907~923), 후당(後唐, 923~936), 후진(後晉, 936~946), 후한(後漢, 947~951), 후주(後周, 951~960).  
십국은 오월(吳越, 907~978), 민(閩, 909~945), 형남(荊南, 924~963), 초(楚, 897~951), 오(吳, 902~937), 남당(南唐, 937~975), 남한(南漢, 917~971), 북한(北漢, 951~979), 전촉(前蜀, 903~925), 후촉(後蜀, 934~965)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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