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골백년/톳골의생활풍속

17. 삼복더위와 칠월 칠석

주비세상 2009. 8. 3. 10:49

17. 삼복더위와 칠월 칠석

 

하지부터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부터 첫째 경일을 말복이라 하며 이 모두를 삼복이라고 한다. 삼복은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를 말한다. 톳골 사람들은 한여름이라고 시원한 바다나 산을 찾아 피서를 나설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일손이 모자라 보리타작을 못하였으면 이때쯤 보리짚단이 땡볕에 뜨겁게 이글거리며 도리깨 끝에서 굴러나가고, 조밭이랑에 앉아 조를 솎아내느라 호미자루가 땀으로 범벅이 된다. 행여 더위라도 먹으면 농사일을 못하니 보신을 위해 황기를 넣어 삼계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땀이 비 오 듯하고 숨이 막히는 보리타작을 할 때는 된장을 한 숟가락 냉수에 풀어 오이냉국을 만들어 마시면 얼마간은 땀으로 빠진 염분이 보충되어 열기가 가라앉는다.

 

실개천을 막아 아이들은 수시로 물놀이하며 더위를 잊고, 남자들은 지하수 펌프질하여 등목으로 한 숨 돌리지만 부녀자들은 늦은 밤 시간에야 개울이나 펌프식 샘터를 차지할 수 있다.

 

삼복의 중식시간에는 두 세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저마다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가마니 거적을 깔고 오수를 즐긴다. 청소년들은 이 시간에 톳골못으로 가서 수영을 한다. 수심이 깊지만 얕은 곳에서 헤엄치기를 익혀 못 둘레를 유유히 줄지어 이동해 간다. 물 위에 수박을 띄워 놓고 놀이를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모여앉아 즐겁게 먹는다. 큰마을 청년들도 수영하러 십여 명이 이 시간이면 찾아온다.

음력 칠월 칠일을 칠석이라고 한다. 톳골의 여름 밤하늘은 유난히 별들이 맑게 보인다. 남쪽으로부터 천정을 지나서 북동쪽으로 뻗어 있는 은하수는 은가루를 뿌린 듯하고,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등 많은 별을 육안으로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깃불 연기 모락모락 필 때, 목침 베고 누워 하늘을 보면 나도 별이 되어 별 속을 함께 떠다닌다. 황홀하다. 드문드문 떨어지는 유성(별똥별), 움직이는 인공위성, 깜빡이며 지나가는 비행기가 별 꿈을 깨워도 기분 나쁘지 않다.

 

양쪽 은하수 마주 보는 끝부분에 자리 잡은 견우와 직녀는 항상 건너다보며 사랑의 눈길만 던지다가 일 년에 한 번 칠석날에만 지상에 있는 까막까치들이 그들에게 사랑의 오작교를 만들어 회포를 풀게 해준다고 한다. 이 날 밤, 두 별의 만나는 기쁨과 다시 헤어져야 하는 이별의 슬픈 눈물이 이슬비 되어 내린다고 한다.

 

톳골에서는 칠석날 아침 일찍 우물물을 모두 퍼내고 우물 속의 이끼와 쌓인 불순물을 깨끗이 정계하는 풍습이 있다. 샘제(우물 제사)는 지내지 않았지만 가족의 음용수를 정갈하게 하여 가족의 건강과 질병을 막으려는 깊은 뜻이 있다. 그리고 생활용수로 쓰는 집 근처의 웅덩이도 함께 깨끗이 퍼내고 청소도 이때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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