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골백년/톳골의생활풍속

14. 사월 초파일

주비세상 2009. 8. 3. 10:42

14. 사월 초파일

 

 톳골 사람들은 부처님 오신 날이면 목욕재계하고 단정한 몸차림으로 가까운 사찰을 찾는다. 이 날은 농사일도 하지 않고 가축 먹이만 챙겨 준 뒤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우리 나라 목조 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극락전이 있는 천등산 봉정사와 화재로 소실되기 전에는 봉정사보다 큰 규모였던 학가산 광흥사, 그리고 애련사, 개목사, 봉서사, 금학사, 옥산사 등이 한나절이면 다녀 올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면 누구라도 바라는 부귀영화가 보장된 왕자의 자리도 버리고 숱한 고행을 하면서 내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 지를 끝내 깨달으시고 무명 중생들에게 그 길을 가르치시려고 팔만 사천 법문을 설하신 부처님, 무심히 앉아 모든 번뇌와 두려움을 떠나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을 보이시기에 우리는 절을 찾으면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예배한다. 그리고 탑을 돌며 소원 성취와 수복강녕을 기원한다.

 

부처님 가까이 가면 복잡하고 고통스럽던 인생사가 삽시간에 해결 되는 듯하고, 스님의 독경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이곳 톳골 사람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불교에 대한 지식과 예절은 잘 모르나, 잠시라도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는 생각으로 이날 하루 일손을 놓고 부처님의 위신력에 의지해 본다.

 

절에 갈 때는 공양미를 조금씩 싸들고 가거나 과일, 떡 등을 준비해 가서 부처님전 상단에 시주하고, 등을 달고, 부녀자들은 공양간에 들러 집안 일하듯 울력을 한다. 부처님을 찾은 사람들이 밝힌 등이 산사에 가득하고 땅거미가 내려 어둑어둑해지면 저녁 예불 범종 소리를 뒤로하고 발길을 재촉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부처님 오신 날은 세 곳의 절을 찾아야 공덕이 있다고 하지만 지나는 길이 아니면 세 곳을 다니기가 어려운 거리이다. 오늘 하루 가족들이 흩어져서 보냈다면 저녁 늦은 시간 가족이 모여 다녀온 절 이야기로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피곤해도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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