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월 초하루 풍신제(風神祭)
천계(天界)에서 사는 영등(靈登)할머니가 지상에 음력 2월 1일에 내려왔다가 20일에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가 인간 세상에 내려 올 때는 반드시 며느리나 딸을 데리고 오는데, 딸을 데리고 오는 해에는 날씨가 평온하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해에는 바람이 몰아쳐 날씨가 매섭다고 한다. 영등할머니는 풍신(風神)이라서 풍재(風災)를 면하려면 고사를 지내야 한다. 이것을 풍신제(風神祭)라고 한다.
안석골 본가에서는 이 날 아침이면 방앗간쪽 넓은 상바위를 깨끗이 닦고 제단을 만든다. 큰 물바가지에 정화수를 가득 떠서 올리고 그 안에 들기름접시에 심지를 드리워 띄우고 불을 붙인다. 큰 양푼에 하얀 쌀밥을 불룩하게 퍼 담고 가족 수 만큼 숟가락을 꽂아 놓는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게가 잡히는 철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장 큰 싱싱한 대게를 한 마리 골라 제단에 올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하얀 백편을 쪄서 시루 째 올리고 과일도 몇 가지 차린다. 가장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께서 목욕재계하시고 고삿상 앞에 궤좌하시고 두 손 모아 한 해 동안 온 가족의 수복태평을 빌면서 가족 개인별 소원 성취를 영등할머니께 주문한다.
기원이 끝날 때쯤이면 대주(大主)와 자녀들이 차례로 재배하고 각자 소지(燒紙)를 올린다. 소지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제단을 정리하고 나면 이 날부터 20일까지 매일 새벽 샘터에 가서 정화수를 놋대접에 다시 떠와 상에 차려 제단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2월 한 달 동안은 근신하면서 짐승을 잡는 등 살생을 금한다. 영등할머니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은 바람으로 인한 재난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온 정성을 다 해 풍재를 막으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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