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골백년/톳골의생활풍속

10. 설날의 놀이

주비세상 2009. 8. 3. 10:32

10. 설날의 놀이

 

 우리 전통 놀이 중에서 언제 어디서라도 둘 이상만 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신나게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윷놀이다. 톳골에서는 설을 며칠 앞두고 꼭 준비해 두는 것이 윷이다. 산에 올라가서 엄지손가락 보다 조금 굵은 곧은 싸리나무를 잘라 와서 한 뼘 정도 길이로 반을 쪼개서 윷가락 넷을 매끈하게 다듬어 놓고 마필 4동도 두 종류로 다듬은 후에 지난 달력 뒷면에 윷판을 정성껏 그려 시렁 위에 올려놓는다. 먼 곳에 살고 있는 친척들이 설날이면 모두 모여 남녀노소가 한 바탕 어우러져 윷놀이를 하기 때문이다.

 

윷놀이는 척사, 사희, 척사희(擲柶戱)라고도 하는 우리의 전통놀이로 고조선 시대부터 이어 온 천체의 운행을 배우는 놀이였다. 윷판은 하늘 모양을 본 딴 원형인데 가운데 원(방)은 북극성을 상징하고 나머지 28개의 원은 28수(宿:별자리)를 나타낸다. 출발점에서 다섯째 원을 앞밭, 다음 다섯째 원을 뒷밭, 그 다음 다섯째 원을 쨀밭, 마지막 마필이 나는 곳을 날밭(속칭:참), 한 가운데 원을 방이라고 한다.

 

윷가락의 뒤집힌 수에 따라 도(돼지), 개(개), 걸(양), 윷(소), 모(말)라고 하는데 이는 다섯 종류 가축의 옛말을 딴 순 우리말이고, 고조선 행정 편제인 5가(加)를 의미한다.

 

경기 방법은 마필 4동이 먼저 나면 이긴다. 상대편의 마필이 나기 전에 따라 잡아 역전시키는 묘미는 윷놀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자기편이 원하는 윷이 나오기를 바라는 집중된 시선과 응원의 소리, 윷을 친 뒤에 어우러지는 함성과 탄식은 우리의 삶을 압축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이긴 편은 두 칸 방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진편은 부엌에 나가 떡국을 끓이고 식혜와 묵을 차려온다.

 

한바탕 흥겨운 윷놀이가 끝나고 나면 젊은 부녀자와 여자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짚단 위에 두꺼운 널판을 걸쳐 놓고 널뛰기 준비를 한다. 고려 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여성의 활달한 기상을 요구하는 놀이이다. 길이 2m 정도, 너비 20cm, 두께 7cm 가량의 널빤지를 사용하여 가운데 짚단을 괴고, 중심에 한 사람이 쪼그려 앉아 널판이 미끄러지지 않게 힘을 쓰고, 몸무게가 비슷한 여자끼리 널빤지 양쪽에 서서 번갈아 굴린다. 균형이 잡히면 키 높이만큼 뛰어 올랐다가 힘껏 내리굴리면 상대편이 지붕 끝 처마 위로 솟아오른다. 설빔으로 곱게 차린 긴 치마 자락과 옷고름, 길게 닿은 머리끝에 빨간 댕기가 파란 하늘 감나무 마른가지 위로 펄럭이는 아름다움은 찬바람 속 상기된 얼굴의 미소와 더불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야말로 절색이다. 아가씨들은 나비처럼 사뿐히 공중으로 치솟아 담 너머 옆집 총각 눈동자와 마주치면 설레는 가슴에 모닥불을 지펴 빨개진 얼굴을 추운 날씨 탓으로 돌려버린다.

 

한편 젊은 남자들과 아이들은 설 전에 뒷 밭둑 이대(톳골에 있는 대나무 이름)를 잘라와 연살을 다듬고 한지를 잘라 만들어 놓은, 긴 꼬리 달린 가오리연을 들고 나와 얼레를 돌리면서 논과 밭둑을 달린다. 서풍이 알맞게 불어주면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쌍용봉에서 구압산으로 연결된 고압선 전선까지 연이 올라가 걸리기도 했다. 연을 날리는 방법은 높이 띄우기, 재주 부리기, 연 싸움이 있는데, 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연실에 사기 그릇 가루를 아교와 섞어 풀을 먹이기도 한다.

 

연()은 정월 대보름날 저녁때 쯤 자기의 모든 액을 이 연에 실어 띄워 보낸다는 뜻으로 송액(送厄)이라고 쓰고 높이 오르면 연줄을 끊어 날려 보낸다. 일 년 동안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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