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막걸리 만들기
술은 백약지장(百藥之長)인 동시에 백독지원(百毒之源)이라는 말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인간 생활에서 치러야하는 관혼상제에는 물론 집안 대소사나, 명절이나, 모임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톳골에서는 이런 행사 때마다 사용하는 술이 막걸리이다. 힘든 농사일을 할 때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나면 금방 피로가 풀리고 온 몸에 혈기가 솟아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일을 할 수 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깊은 잠을 자고나면 다음 날 거뜬하게 힘이 솟아난다. 많은 일꾼들이 모여 힘든 일을 한 날이면 저녁 식사 후 막걸리 잔을 돌리면서 서로 위로하고, 회포를 풀고, 흥겨운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막걸리이다.
톳골의 술맛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려 양조 막걸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술맛이 좋았다. 주로 농주나 제주로 쓰기 위해 알맞게 그때그때 제조하였으나 찾아오는 사람마다 톳골 술맛을 칭찬하니 늘 준비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만드는 재료는 주로 쌀과 밀이다. 쌀에 든 전분(녹말)을 포도당으로 바꾸고, 다시 포도당을 발효시켜야 술이 된다. 전분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곰팡이이고, 포도당을 알콜로 발효시켜주는 것이 뜸팡이이다. 이 두 가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누룩이다. 누룩을 만들 때는 밀기울이 있게 통밀을 거칠게 빻아 물 반죽하여 틀에 넣어 다지면 둥글넓적한 모양이 되는데 이것을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리면 곰팡이와 뜸팡이 홀씨가 붙어 자라고 완전히 건조되면 누룩(곡자)이 된다.
톳골에서는 주로 농주로 쓰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술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양조장의 술 제조법과는 다르다. 누룩을 곱게 빻은 다음 누룩과 쌀밥을 일대 일로 섞어 술밑(주모 : 발효를 위한 효모 배양)을 만들고 고두밥을 쪄서 한 김이 나가면 늘 하던 술독에 반쯤 차게 맑은 물을 붓고 고두밥과 술밑을 넣어 함께 섞는다. 항아리의 주둥이를 엷은 보자기로 덮고 온도가 섭씨 25도 내외가 되도록 방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감싸 둔다. 술 단지의 뚜껑을 닫아두면 술이 쉽게 시어지기 때문에 보자기만 씌워 둔다. 단지에서 술이 발효되는 소리가 보글보글 나고 완전히 숙성되려면 대엿새 지나야 한다.
숙성이 되면 지게미가 아래로 내려가고 항아리의 위쪽에 맑은 물이 고이는데 이것을 떠낸 것이 약주이다. 술 항아리 전체 내용물을 모두 섞어 겅그레 위에 체를 올려놓고 막 거른 술이 막걸리이다.
거르지 않은 술은 알콜의 도수가 약 16도이나 거르는 과정에서 물을 첨가하여 7도 정도로 맞추어 낸다. 막걸리는 도수가 낮고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 포함되어 있고, 단백질이 1.9%나 들어 있어 다른 술보다 영양가가 매우 높고 활성 효모가 있어 소화를 촉진시켜준다. 병든 늙은 소나무도 막걸리와 지게미를 넣어주면 솔잎에 윤기가 다시 난다고 한다.
한 때 주류제조법에 저촉되어 세관의 눈을 피해 만드는 술이라고 밀주라 불렀고, 찹쌀이 동동 뜬다고 동동주, 윗물만 따르면 맑은 술이니 청주, 색깔이 희뿌옇게 탁하다고 탁주, 흰색이라고 백주(白酒)나 회주(灰酒), 찌끼가 가라앉는다고 재주(滓酒)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소금 한 톨을 안주 삼아 한 사발을 마실 수 있는 막걸리는 단맛(甘味), 쓴맛(苦味:고미), 신맛(酸味:산미), 매운맛(辛味:신미), 떫은 맛(澁味:삽미) 등 오미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막걸리는 오래 전부터 우리와 애환을 함께 해온 자랑할 만한 훌륭한 명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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