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碑文踏査

안동진주강씨공목공 양진당기

주비세상 2022. 5. 25. 08:08

養眞堂記

養眞齋前安東大護姜公之所居也公臥病久矣托其外弟金壯元純仲求予記予盖先公而病者今雖起尚無力或時時酸痛相攻莫能興然復職于朝楊揚入朝堂數月而罷則於病也已也知其味者僕而已宜乎公之不托於堂世之能言者而求之於僕也夫人之受是氣以生也乾健坤順而已矣極眞難乎名言矣詩曰上天之載無聲無臭其無極之所在乎故周子作太極圖亦曰無極而太極盖所以贊太極之一無極耳在天則渾然而已散風散雷之前也在人則寂然而已應事接物之寂然者當如何哉譬之鏡妍媸在乎物而鏡則無迹曷甞以造物之故所污哉始知人之生既眞矣惟大人者不失之故能爲大人耳非大人從外得也事君盡禮非諂也眞也壽疾出吊非詐也眞也今也詐勝而不已用術相傾用奸自施及致求全之毁者累累有之其作爲不曰日拙乎姜公致病能以養眞扁其齋則不誘於物惟可知矣予也口耳之學耳所以養心之術非不知也而莫能行鄒國有言曰養心莫先於寡欲請以寡欲爲養眞第一義也

庚午七月 日 收隐 李穑

 

<註釋>

* 朝堂조당: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정치를 의논하고 집행하던 곳.

* 周子주자:중국 북송 사상가로 태극도설 주창한 주돈이(周敦颐)

* 渾然혼연: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상태.

* 寂然적연:아무 움직임이 없이 고요하다.

* 不已불이:마지않고

* 用術용술:재주()를 부리다.

* 相傾상경:서로 해치다.

* 用奸용간:간사한 꾀로 남을 속임.

* 自施자시:자신을 이롭게 함.

* 口耳之學구이지학:얻어들은 학식.

* 鄒國추국:맹자가 태어난 나라.

* :,사실미. 밝힐,말할찬. 추할치. 아첨할첨. 간사할사. 편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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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한국고전번역원 이상현

양진당기

양진재養眞齋는 전 안동대도호安東大都護 강공姜公이 사는 곳이다. 이 병으로 누운 지 오래다. 장원한 그의 외종제 김순중(金純仲)에게 부탁해서 내게 당기(堂記)를 지어달라고 청한다. 나는 아마도 공()보다 먼저 병이든 사람이다. 지금은 비록 일어났지만 아직도 힘이 없다. 혹 때때로 시리고 아픈 것이 서로 침노해서 일어날 수가 없다.

공은 조정에 복직이 되어 양양하게 조당(朝堂)에 들어갔다. 하지만 몇 달 만에 파직했으니 이는 병이 이미 생긴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자는 나뿐이니 공()은 그 당시의 말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고 나에게 요구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

대체로 사람이 기운을 받고 태어나는 것에 건(:하늘)은 꿋꿋하고 곤(:)은 순할 뿐이다.

무극(無極)이 참된 것이라고 이름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시경(詩經)에 말하기를 상천(上天)에 있는 것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하였다. 그러면 이곳이 그 무극(無極)이 있는 곳인가때문에 주자(周子:周敦颐)가 태극도(太極圖)를 짓고 또 말하기를 [무극이 태극이다]라고 하니 이것은 대개 태극이 한 무극임을 말한 것이다.

하늘에 있어서는 혼연(渾然)할 뿐이니 바람이 일고 우레가 치기 전이며, 인간에 있어서는 적연(寂然)할 뿐이니 일에 응하고 물건에 접하기 전이다. 바람이 일고 우레가 치면 혼연(渾然)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면, 일에 응하고 물건에 접하면 적연(寂然)은 마땅히 어떠하겠는가

이것을 거울에 비유한다면 곱고 더러운 것은 물건에 있고 거울은 아무런 자취도 없으니 어찌 비치는 물건 때문에 거울이 더럽혀지겠는가? 이것으로 보면 사람이 태어날 때 참됨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오직 대인(大人)은 이것을 잃지 않기 때문에 능히 대인이 되는 것이지 대인이 밖으로부터 얻는 것은 아니다.

임금을 섬기는데 예()를 다 하는 것은 아첨하는 것이 아니요 참이며, 살다가 병든 사람을 문병하고 죽은 이를 조상하는 것이 간사함이 아니요 참이거늘, 지금에는 사사로운 것에 치우치기를 꾀를 써서 서로 해치며 간사한 짓을 해서 자기를 이롭게 하기에 힘쓴다.

그래서 도리어 이런 것으로 온전한 것을 구하려는 사람을 헐뜯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거짓을 일삼는 것은 날로 졸렬해 간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강공(姜公)은 비록 병은 있으나 능히 양진(養眞)이라고 편액(扁額)을 했으니 그가 유혹되지 않음을 단연 알겠다.

나는 얻어들은 학문만을 하고 양심(養心)하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행하기에는 능하지 못하다.

중국 추()나라 말에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하니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을 양진(養眞)의 제일로 삼을 것을 간청한다.

경오(庚午) 칠월 이색(李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