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형수님! 그립습니다
오월의 곱디고운 녹음 속에 톳골은 하얀 아카시아꽃이 가득하고, 뒷구렁에는 밤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데, 비둘기 소리만 저리도 구슬프게 울어댑니다.
제 곁에 늘 계시던 형님, 형수님은 어디로 떠나가셨습니까?
이 아름다운 톳골에 터잡고 드나드신 지 팔십성상. 힘든 농삿일과 보릿고개 견디시며 송귀죽으로 끼니 때우시던 어린시절. 여섯 아우들 보듬으며 정을 주시던 두 분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떠올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형님! 형수님!
너무도 뜻밖에 저 세상으로 떠나시니, 비통하고 애통하여 내 마음 둘 곳 없어 멍하니 톳골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형수님,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층층시하의 웃어른들을 지성으로 봉양하시며, 삼형제를 보란듯이 키우시고, 요조숙녀의 본을 보이셨던 우리 형수님.
제가 보내드린 황촉규꽃씨를 정성껏 가꾸시어 톳골 길섶 노랑꽃 앞에서 활짝 웃으시던 그 얼굴은 정말 고우셨습니다.
형님,
그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넘치는 기상으로 술잔을 돌리면서 인정넘치는 우람한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잡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드시던 호방하셨던 우리 형님. 아직도 귀에 쟁쟁하고 눈앞에 선합니다.
제가 가난으로 북후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입학식날 형님과 괭이를 메고 오산동 뒷산으로 식목 부역을 갔을 때, 제 등을 두두리며 말없이 위로 해주시던 우애로운 마음은 평생 잊지않고 있습니다.
형님! 형수님!
그때 그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그때 그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큰댁에서 명절때마다 형제들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윷놀이하며, 노래하고 춤추던 그날이 그립습니다. 그 모습이 제 눈앞에 선한데 어찌 형님, 형수님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형님! 형수님!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왔다가 잠시 유람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형님 내외분이 남기신 훌륭한 가르침과 족적은 훌륭히 장성한 세 조카들이 잘 이어받아 그 뜻을 더욱 빛나게 계승할 것입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어 근심 걱정없고 언제나 즐겁고 깨끗한 상낙아정(常樂我淨)의 복락을 누리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아우 聲茂 哭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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