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흙살깊은골짜기<편지>

심축 중헌 정년퇴임

주비세상 2014. 2. 17. 10:51

심축 중헌 정년퇴임

(心祝 中軒 停年退任)

 

 중헌의 영광스러운 정년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연말연시에는 선약된 템플스테이로 가까이 있으면서 축하의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벗의 불민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주민의 기둥으로 행정 일선을 지휘하던 상록수 중헌의 모습을 떠 올리면 지금도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언제나 꿋꿋한 자세로 마을을 누비며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퇴임을 하시다니, 우리나라 일선 행정의 유능한 인재가 물러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음은 함께 일한 사람이나 지인이면 누구나 느끼는 마음일 것입니다.

 경북 안동 북후면 사무소에서 근무하실 때는 면민 가가호호 수저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났고, 총기(聰氣)가 뛰어나 움직이는 자전이라는 별명도 붙었으며, 면(面)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오직 중헌을 찾아야 한다고들 하였습니다. 또한 행정 능력이 탁월하여 시골에서 대구시로 발탁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대구에서도 일선 동사무소를 옮기면서 가는 곳마다 맡은 업무는 물론 동무 전반을 솔선수범 처리하여 구청에 기용되었고, 승진하여 동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인성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무원상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인정한 국가가 중헌에게 모든 공무원들의 표상이자 선망의 대상인 청백리상을 내렸으니 자신의 영광이요, 가문의 영광이요, 향리의 역사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인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편 한 가정의 주손(冑孫)으로 형제간에 우애롭고, 부모님께 자상하여, 먼 고향 길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농사일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연로하신 부모님의 환우 수발을 지극히 하는 효심에 감동하여 국가는 효자상을 내려 잊혀져가는 효(孝) 사상을 상기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중헌 !

 오늘의 영광된 퇴임은 그대가 밟아온 올곧은 걸음걸음의 쌓임이 있었고, 만인이 추앙하는 공무원상을 심었기에 더욱 빛납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공직 생활을 하셨기에 떠나는 모습도 아름답게 빛납니다. 아직도 남은 일이 많으시지만 쌓아온 내공으로 원만히 이루어낼 것입니다.

 긴 세월 오늘의 영광스러운 열매를 맺기까지 말없이 내조하신 합부인의 숨은 공로를 어찌 모르시겠습니까마는 이제 조금이라도 함께 시간을 갖고 앞날의 복된 삶의 설계를 재미있게 짜시기 바랍니다.

이제 다시 태어날 상록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무상한 세월을 알고, 자연의 순리를 알아 내 속의 보석을 찾아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거듭 중헌의 정년퇴임을 감축드립니다.

2007년 12월 31일

대구에서 주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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