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명심명구이야기

29. 살던 대로 살아라

주비세상 2013. 12. 18. 13:57

 

<明心名句29> 살던 대로 살아라

 

 

家語에 云하대 水至淸則無魚하고 人至察則無徒니라

 

<물이 지극히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극히 살피면 친구가 없느니라.>

 

天若改常이면 不風卽雨요 人若改常이면 不病卽死니라 (省心篇 下)

 

<하늘이 만약 상도를 어기면 바람이 불지 않으면 비가 오고, 사람이 만약 상도를 벗어나면 병이 들지 않으면 죽으리라.>

 

 가어(家語)는 공자가어(孔子家語)라는 책이름을 가리킨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는 뜻으로 사람이 너무 야박(野薄)하거나 지나치게 똑똑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피(避)하여 벗을 사귀지 못함을 비유(比喩)하여 쓰는 말이다.  

남의 말이 약간 틀려도 그냥 모르는 척 넘어도 가고 남의 말에 장구를 쳐주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관심을 끌면 좋으련만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듯 이야기를 끊는 등 잘난 체하면 누가 그를 친구로 격이 없이 대해주고 만나 주겠는가? 모르는 것을 지적해줌도 좋은 일이지만 어떤 때는 그냥 대충 넘어감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닐 것 같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처럼 항상 주위 사람과 협력하고 이해하는 입장으로 융통성 있게 생활해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지나치게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기 어렵고 완벽한 사람에겐 동지보다 적이 많기 때문이다. TV에서 맹구 같은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보다 잘난 사람보다는 조금 모자란 사람에게 더 호감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나 완벽하여 흠 잡을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존경의 대상은 될지언정 사랑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법이다.

서경(書經)에 “가득 차면 넘치고 겸손하면 얻는다.(滿招損 謙受益)”는 말이 있듯이 자혜로운 옛 선인(先人)들은 명예나 지위가 극도로 귀하게 되는 것을 꺼려했다. 귀하게 될수록 근신하고 겸손 하려 애썼다. 겸손하게 되면 가득 차는 일이 없고 가득 차는 일이 없으면 넘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을 일러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만족함을 알고(吾唯知足) 열심히 평범한 삶을 꾸려 나가려고 노력했다.

우리 주위에는 평생을 근면 성실하게 살아오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지난날을 후회하며 ‘다 소용 없어.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아.’라며 돌변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바르게 살아 온 긴 시간의 공덕을 무너뜨리고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하나, 그들은 대부분 방탕하여 패인이 되거나 병들어 죽는 사람을 많이 본다. 이는 상도(常道)를 지키며 살아온 세월을 보상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실상 우리의 삶은 누구에게 어떤 생활의 대가를 받기 위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내 스스로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요, 내 스스로 정한 아름답고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함이다.

이 글은 평소 자기가 상도(常道)로 생각하고 있는 정상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지 말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던 대로 생활하라는 가르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