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흙살깊은골짜기<편지>

제사에 대한 논문을 읽고

주비세상 2014. 2. 17. 11:12

제사에 대한 논문을 읽고

 

 지난번 대승사에서 주신 국학연구 19집에 실린 조상의 제사에 대한 논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제사는 조상과 하늘을 근원으로 상정하고, 일상성 속에 매몰되는 부모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의례의 방식이다’라고 전제하고, 대상과 공간, 절차와 음식의 상징에 대하여 논자(論者)는 상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막연하게 뿌리인 조상은 당연히 추모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하였는데 그 추모의 방법은 종교에 따라 다르고, 지역의 풍습에 따라 다르고, 인간 영혼에 대한 산 자의 인식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교의 영혼관은 ‘영속성이 없고, 단지 출생할 때 모이고, 죽으면 흩어져 버린다.(불교의 윤회사상과 다른 점)’고 하였는데, 제사라는 의식을 통하여 흩어진 조상의 영혼을 산 자의 기억 속으로 존재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조상과 산 자의 보이지 않는 존재의 연속성에 기인한다니 오묘한 영적 세계는 육식(六識)으로 이해되지 않는 신령함이 있을 뿐입니다.

 논자(論者)는 현대인은 영혼관이나 생사관에 집착하지 않아 제사의 성스러움이 삶의 영역을 장악하지 못하여 조상의 제례의식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고 말하고, 제사는 후손의 출생에 대한 긍정과 감사,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확인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발전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모든 의례가 그러하듯 제례 또한 산 자들의 몫입니다. 후손들의 의례에 대한 관점에 따라 변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다만 조상에 대한 감사와 후손의 화합을 견인하는 장으로 발전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매한 견해를 가진 저에게 좋은 자료를 주셔서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워낙 독서력이 부족한지라 이 두꺼운 학술지를 읽는데 일 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명덕 거사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2. 3. 26

주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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