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선원의 봄바람
부처님 곁에서 도반과 함께
오욕칠정 다 잊고 4박 5일을 지내는 동안,
제 삶의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겨운 도량에서 삼독심(三毒心)을 버리고
무심히 판치생모(板齒生毛) 방을 드나들며
인시(寅時)마다 울리는
28천을 향하는 장엄한 범종 소리에,
지심귀명래하며,
오직 ‘시심마(是甚麽)?’하였을 뿐이니,
어둠 속에 휘몰아치는 난비한설(亂飛寒雪)도
끼니보다 더 챙기던 나무꾼보일러 부목(負木) 작업도
홍로점설(紅爐點雪)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촛불에 눈이 어디 있느냐?”
철산 주지스님의 하문에
산처럼 밀려오는 무명(無明)의 괴로움은 안타깝게
지금도 가슴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십여 년 동안 마음을 비우고 비워도
따뜻한 정감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찰 요리로 방송을 탄,
공양주 보살의 다양한 약선식(藥膳食),
온화한 미소로 뽕잎차를 선물하신 법당 보살,
사무장 보살의 친절한 보살핌,
귀한 보이차와 경옥고차에
진솔한 법문을 올려주신 원주 스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늑한 대승선원에 불어오는 맑은 봄바람이
백련당 앞 우람한 보리수 가지에 움을 틔우 듯,
우리 운수 도반들의 심전(心田)에도 저 봄바람이
성불의 움을 틔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포근히 인도해주시는
명덕 거사님과 박 거사님께 거듭
항하사(恒河沙)같은 마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2012년 3월 13일
주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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