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님께
지금 저는
철산 2인 다기에 중국 명차를 우려내면서
화려한 궁궐의 4박 5일을 다시
거닐고 있습니다.
수마의 공격을
무식하게 이겨 본 이틀 밤이
대견하였다고 싱긋이
미소를 지어봅니다.
꿈 꿀 시간도 없는
불 없는 황토방의 짧은 취침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수면의 진미였습니다.
시간마다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시며
괴롭도록 공부를 독려하신
철산 스님의 보살핌은
잊을 수 없는 도인의 너그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깜짝 놀란 일은
생활을 잊고 정진하는 보현암의 보살들과 공양주, 사무장 보살이
대승선원을 휩쓸며 가행정진 하는 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부끄러움에 머리를 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비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꿋꿋한 도반 박 거사님과 명덕 거사님이
항상 그림자 되어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산양에서 도토리 태평초의 깔끔한 맛
산골 다방에서 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승속을 오가며 나눈 긴 대화가
함께 가는 길을 더욱 단단하게 다졌습니다.
벌써 차가 다 우려졌나 봅니다.
‘山’ 자가 새겨진 찻잔에
철산 스님의 모습이 차향과 함께
은은히 피어오릅니다.
2008년 7월 2일 대승사 하안거를 마치고
대구에서 주비 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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