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룻배
하늘과 땅이 열리고
긴 닭 울음 안계 들녘을 흔들 때
총명과 지혜의 강물이
자비의 배를 띄워 저어 온 지
예순 돌.
질곡의 뱃길에서
소리 없이 슬픔과 고뇌를 삼키고
두 팔 벌려 기쁨과 꿈을 펼쳐도
나랏일은 칼날로 다스리고
인륜을 천륜으로 지키며
유유히 노을빛 저어가는
찬란한 거룻배.
이제
큰 바다에서 누릴 자유를 향해
유정들의 광명을 위해
감미롭던 추억도,
잊고 싶던 순간도,
무심의 심전으로 돌려
반야의 노를 저어가리.
(을유년 중추 이십이일 명덕회갑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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