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名句16> 시비논쟁은 모두 헛것이다
愚濁生嗔怒는 皆因理不通이라 休添心上火하고 只作耳邊風하라
長短은 家家有요 炎涼은 處處同이라 是非無實相하여 究竟摠成空이니라 (戒性篇)
<어리석고 정신이 맑지 못한 사람이 성을 내는 것은 모두 이치가 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불을 더하지 말고 귓가의 바람으로 여겨라.
장단점은 집집마다 있는 것이요, 덥고 서늘함은 곳곳마다 같으니라. 옳고 그름은 실상이 없는 것이니 필경에는 모두 헛것이 되느니라.>
계성편(戒性篇)은 자기의 바른 성품을 지키는 방법이나 조심해야 할 사항을 말하고 있다. 서두에는 자기의 성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법(禮法)을 앞세우고, 매사를 참고 경계하라고 시작한다.
사람 중에는 화난 사람이 가장 무섭다. 감정이 폭발되면 사리 분별을 바르게 할 수 없고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리석고 정신이 맑지 못한 사람은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화를 잘 냄으로 밝히고 따지기보다는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기고 무시하는 편이 낫다. 화를 내면 먼저 내 마음이 불덩어리가 되니 건강에 해롭고, 다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니 인간관계를 망친다. 그래서 마음을 닦는 사람들이 가장 금기시 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이를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즉 탐욕과 진에(瞋恚:분노·노여움)와 우치(愚癡:어리석음)를 말하느데 이를 삼화(三火)라고도 한다.
‘거룩한 분노’라는 말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장(倭將) 게야무라를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의녀(義女) 논개(論介)의 분노를, 시인 변영로는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라고 노래했고, 흑인 여자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보고 손가락을 깨물며 화를 냈던 링컨의 ‘거룩한 분노’는 노예해방을 가져왔다. 이처럼 사적인 분노가 아닌 자비와 정의와 공익을 위한 분노는 더 나은 인간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여기서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비논쟁으로부터 자기 성품을 지키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장점과 단점은 있기 마련이고 삶의 환경과 조건은 비슷한데(長短 家家有 炎涼 處處同) 구태여 옳고, 그름을 따지고 가려서 무엇 하겠는가? 시비다툼도 냉정히 생각하면 상황에 따른 견해차이나 인식의 차이일 뿐이다. 남의 장단점이 내 장단점이 될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아귀다툼하고 싸울 일도 아니다. 궁극에 가면 옳다고 해도 헛것이고, 그르다고 해도 헛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세상사 생각하면 모두다 귓가의 바람처럼 허허 웃으며 살 일이다. 흥진비래(興盡悲來)요,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인생인 것을 …….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와(모두 허망한 것) 같이 관할지니라.”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라는 금강경(金剛經) 구절이 떠오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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