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을 보고 많은 상상을 하면서, 수많은 전설을 만들었고, 불확실한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궁금증이 많았던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신비를 벗기고, 우주선을 띄워 우주의 구조를 밝히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렇지만 삼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사고(思考) 능력으로는 무수한 별들과 끝없는 시공간을 밝힌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우주는 일반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물리학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사건이 작용하는 배경이 되는 시공간의 총체'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우주(宇宙, universe, cosmos)는 무한하고 끝없는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은하계>
우주의 주요 구성 요소는 은하ㆍ별ㆍ성단ㆍ성운(성간 가스와 티끌구름), 빈터와 암흑 물질 등이다. 더 작은 요소로는 태양계와 수백만 개의 은하에 있는 별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ㆍ위성ㆍ혜성ㆍ유성체들로 구성된다. 이 중에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겨우 우리의 태양계뿐이다.
현재 천문학은 허불 망원경이 개발된 이후 고도의 천체망원경 기술로, 외부은하는 우주 공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고 모두 무리를 지어 있음을 밝혔는데 그중 가장 작은 규모의 무리를 <은하군>이라고 하고 수십에서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인 것을 <은하단>이라고 부른다. 또한 은하단이 수천 개 모여 더 큰 규모의 <초은하단>(지름이 1억5천만 광년)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소우주(小宇宙)라고 하는 것이다.
우주 성좌를 밝히는 우주 탐사선의 전파 사진도 너무나 광활한 우주 시공(時空)을 구명(究明)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현재까지 밝힌 은하들은 전체 우주 공간 중에 겨우 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수를 알 수 없는 초은하단과 은하사슬 사이의 <빈터>로 표현되는 암흑 물질까지 포함한다면 그 크기는 정말 불가사의하다.
인간에게는 여섯 가지(六感)의 감각기관이 있다. 그 감각에서 ‘시간과 공간’의 관념이 생긴 것이므로 사고(思考)에도 한도가 있다. 혹시, 이 육감을 넘어 그 이상의 영적(靈的) 혜안(慧眼)을 가진 사람이 우주의 실체를 밝힌다 해도,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에 미치기 어렵다.
아인슈타인은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에서는 시간 연장과 공간 수축이 연결된 시공간에서 함께 일어난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뒤, 불경(佛經)에 나오는 천상계(天上界)의 이야기를 읽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예:불교의 우주관에서 말하는 28천의 하늘 나라 중에 도솔천이라는 곳에 사는 사람의 키가 2리, 옷 무게는 1수(銖) 반, 수명은 4천세, 인간의 4백세가 이 하늘의 1주야(밤낮)라 한다.”>. 빠른 운동으로 시간과 공간이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거대한 우주공간을 나타내는 술어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 하는 말이 있다.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하여, 지옥계나 도솔천(兜率天), 범천계 등을 포함하며, 한 개의 태양과 한 개의 달을 가진 공간을 일세계라고 한다(현재의 태양계에 해당한다). 우주에는 이와 같은 세계가 무수히 존재하는데 그들이 1000개 합쳐진 공간을 소천(小千)세계라고 하며(현재의 은하계에 상당한다), 소천세계가 1000개 합쳐진 것을 중천(中千)세계라고 하고, 중천세계가 1000개 합쳐진 것을 대천(大千)세계라고 하는데, 대천세계는 소중대의 3종의 천이 겹쳐진 것이기 때문에 삼천대천세계(1000³)라고 한다. 이만큼의 공간이 한 부처의 교화 대상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수많은 부처가 있다면 우주의 공간은 그 부처의 수만큼 될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영적(靈的) 혜안(慧眼)으로 보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도인 스님들 중에는 이런 혜안으로 우주를 자기 손 안에 넣고 장난감 다루 듯이 살다간 사람이 있다.
조선 선조 때, 김제 출신의 진묵대사(震默大師)는 갖가지 신통력으로 이적(異蹟)을 많이 행한 스님으로 유명하다. 그는 계율을 지키지 않았고, 술을 곡차(穀茶)라고 부르며 즐겨 마셨지만, 누구도 그를 파계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계율을 훌쩍 뛰어넘어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절대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무애승(無碍僧)이었기 때문이다.
계명대학교 이종문 교수가 매일신문에 기고한 진묵 대사의 게송(偈頌)을 살펴보자.
天衾地席山爲枕 (천금지석산위침)
하늘은 이불, 땅은 자리, 산은 바로 베개이고
月燭雲屛海作樽 (월촉운병해작준)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독이라
大醉居然仍起舞 (대취거연잉기무)
크게 취해 얼씨구나, 어쩔씨구, 춤을 추니
劫嫌長袖掛崑崙 (겁혐장유괘곤륜)
긴 소매 곤륜산에 걸릴까, 바로 그게 걱정일세.
'세속의 잡다한 현실에서 벗어나, 저 거대한 우주 전체를 손바닥 위에다 올려놓고 놀았던 스님의 삶이 손에 잡힐 듯이 포착되어 있다. 스님은 한없이 거대해져서 우주 전체를 안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우주의 안방에서 바다라는 술독에 들어있는 술을 퍼마시고, 얼씨구나, 절씨구나, 한바탕 큰 춤을 추다보면, 방구석에 있는 곤륜산 꼭데기에 옷자락이 걸려 확 찢어지겠다. 아니면 옷자락에 걸려 곤륜산이 와장창 무너질 수도 있겠다. 상쾌, 유쾌에다 흔쾌를 넘어, 통쾌하고도 호쾌하다. 이 시(詩)여! '(2015.2. )
(글:주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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