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名句25> 인격자는 저절로 향기가 난다
擊壤詩云 平生不作皺眉事하면 世上應無切齒人이라. 大名豈有鐫頑石가 路上行人口勝碑니라.
<격양시에 말하였다. 평소에 눈썹 찡그릴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 이를 갈 원수 같은 사람이 없을 것이니, 크게 난 이름을 어찌 딱딱한 돌에 새길 것인가? 길가는 사람의 입이 비석보다 낫다.>
有麝自然香이니 何必當風立고 (省心篇 上)
<사향을 가졌으면 저절로 향기로울 것이니, 어찌 꼭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하여 서야겠는가?>
자기를 적대시하지 않는데 그 사람을 원수로 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기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까싶어 누구에게나 자기를 인정받으려고 지나치게 과시하려 한다. 지금은 자기광고시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자기 자랑에 혈안이 되어, 남의 말은 한 마디도 듣지 않고 자기 자랑에만 기를 쓰는 사람이 많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산이고 들이고, 자기 이름을 돌에 새기려는 풍조는 자연훼손법이 생겨도 없어지지 않았다.
죽어서도 남에게 추앙을 받고 싶은 명예욕에 사로잡혀, 무덤 앞에 아무 의미 없는 딱딱한 돌비석을 세우고 부질없이 이름을 새겨 오래도록 명예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격양시(擊壤詩)는 일침을 놓는다.
“크게 난 이름을 어찌 딱딱한 돌에 새길 것인가? 길가는 사람의 입이 비석보다 낫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호평을 받는 것이 죽어서 돌에 새기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이름을 돌비석에 새겨대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남에 의한 진정한 평가를 무서워하라고 말하고 있다.
진실로 학식과 덕망을 갖추었다면 자기선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력과 인품으로 남들의 존경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사향(麝香)을 지닌 이가 저절로 그 향기를 풍기는 것과 같다.
‘고요히 앉아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봄은 오고 풀잎은 자란다.’
는 선어(禪語)가 있다. 향기가 가장 탁월한 사향을 몸에 지녔다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절로 그 향기는 모든 사람이 맡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훌륭하고 덕망이 높으면 구태여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아도 자연히 모두가 알아서 흠모하기 마련이다. 평소 덕(德)을 쌓을 일이지 남이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음에 연연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공자(孔子)는 ‘덕이 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德不孤). 마음을 함께 하는 이웃이 늘 있게 마련이다(必有隣<論語 里人篇>)’라고 하였다.
덕(德)은 인격에서 풍기는 아름다운 향기며 밝은 광채이다. 덕(德)을 지닌 사람의 인격의 향기는 ‘香遠益淸(향원익청)’ 즉, 그 향기는 멀리가면 갈수록 그 맑음을 더하는 것이다.
사향노루는 우리나라, 중국 등에 서식하는 노루로서 수컷의 배꼽과 생식기 사이에 한 마리에 하나의 사향낭(麝香囊)이 있다. 향료와 귀한 약재로 쓰이는 사향은 가만히 있어도 그 향기가 8㎞나 퍼지며, 막힌 혈과 기운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어 대체의학에서 긴요한 치료 방식으로 쓰고 있다.
사향노루는 번식력이 약하고 겁이 많은 짐승으로 최음성(催淫性)이 강한 약재를 지니고 있어 언제나 쫓기는 신세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천연기념물 216호로 지정된 아주 가련한 동물이다.
춘추좌씨전<莊公六年>에서 유래된 서제막급(噬臍莫及)이라는 고사성어는 사향노루가 자기가 잡혀온 원인이 배꼽의 사향 때문임을 알고 배꼽을 물려고 했으나 미치지 못했다는 말로 후회막급(後悔莫及)이란 말과 비슷하게 쓰인다.
사람의 덕성은 자연히 알려져 향기를 발하는 법인데(有麝自然香), 자랑까지 하면서 향기를 발할 필요가 있겠는가(何必當風立)하는 내용이다. 군자는 덕의 향기가 시대의 흐름을 떠나서 후세 대대로 영원히 빛을 발한다. 꽃의 향기는 십리를 가지만 인품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花香十里 人香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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