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명심명구이야기

24. 돈이 주는 해악

주비세상 2013. 9. 1. 21:42

<明心名句24> 돈이 주는 해악  

 

飽煖 思淫慾하고 飢寒 發道心이니라

 

<사람이란 배 부르고 따뜻하면 음욕이 생각나고, 굶주리고 추우면 도덕적 마음이 일어난다.>

 

䟽廣曰 賢而多財則損其志하고 愚而多財則益其過니라(省心篇 上)

 

<소광이 말하였다. “어진 사람이 재산이 많으면 의지가 손상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산이 많으면 허물이 더해진다.”>

 

사람은 편안할 때보다는 오히려 어렵고 힘들 때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일탈행위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오히려 그 유혹에 못 견디고, 가서는 안 될 상황까지 이르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구도의 길을 가고자하는 사람은 물질적인 풍요를 벗어나 배고프고 힘든 길을 선택하여 걸었다. 비록 지금은 당장 가진 것도 없고 힘들지만, 그 어려운 여건이 오히려 나를 더욱 분발하게 하고 도심을 더욱 분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 갈 곳 몰라 방황하고 있는 우리의 정신. 진정 도심(道心)을 어떻게 발하고 살아야 할지 돌아보며 살아야 할 때이다.

사람은 안일한 생활을 할수록 마음을 경계하고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일수록 행동이 음탕해 지고, 교만해 지며, 반대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인정을 느낄 수 있고, 겸손하여 선량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소광(䟽廣)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자는 중옹(仲翁)이다. 태자(太子)의 스승인 태부(太傳)의 벼슬을 하다가 물러나면서 임금으로부터 황금 70근을 하사 받고 낙향하였다. 그는 친구나 친척들을 초청하여 날마다 잔치를 열어 함께 어울려 놀면서 휘금지락(揮金之樂)을 즐기며 모두 써버렸다. 자식들이 친척 어른들께 권유하여 밭과 집을 마련하도록 하였지만, 그는

“내가 자손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옛 밭과 집이 그대로 있어 먹고 입는 것을 보통사람처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다시 재산을 보태 준다면 단지 게으름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면서 자식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어진 사람이 재산이 많으면 자칫 물욕에 빠져 도덕적 해이를 가져 올 수가 있고, 반대로 어리석은 사람이 재산이 많으면 올바른 사용방법을 모르고 자만에 빠져 허물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복권에 당첨되거나 지가(地價) 상승으로 졸부(猝富)가 된 사람들이 패가망신(敗家亡身)한 사례를 가끔 듣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식의 행복을 걱정하며 자기의 재산을 넘겨주려고 온갖 부정한 방법을 쓰고 있다. 재물이 진정 자식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소광(䟽廣)의 자식 사랑 방법과 비교하여 생각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