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골백년/톳골의생활풍속

28. 장례 풍속

주비세상 2009. 8. 3. 11:14

28. 장례 풍속

 

 집안에 연세가 높으신 어른이 앓아누우시면 혹시나 돌아가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명을 다하시고 저 세상으로 가시는 길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어른이 임종을 맞이하면 자녀들은 엄숙하게 지켜보면서 떠나시는 분의 마지막 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운명의 순간은 본인의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한다. 영혼이 육신을 떠날 때까지 조용히 지켜 본 뒤 시신을 수습한다. 24시간이 지난 후에 목판에 시신을 바르게 모시고 향탕수(香湯水)로 전신을 닦고 염의(殮衣)를 갈아입힌다. 이 과정을 소염(小 殮)라고 한다. 운명 3일 후에 시신을 싸서 관내에 넣는데 이것을 대염(大殮)과 입관(入棺)이라 한다. 입관이 끝나면 상주를 비롯한 복인이 상복으로 갈아입는데 이것을 성복(成服)이라고 하고 이때부터 문상(問喪)을 받는다.

 

 요즘은 운명하고 24시간이 되면 성복을 하는 예가 많다. 상을 당하면 집사분정(執事分定)하고 친지에게 모두 알리는데 이것을 부고(訃告)한다고 한다. 시신을 안치하는 일과는 별도로 영좌(靈座)를 마련하여 조문객을 맞이하는데 이곳을 빈소(殯所)라고 한다. 빈소에는 병풍을 치고 교의(交椅)를 놓고 그 앞에 젯상을 놓고 젯상 앞에 향로를 설치한다.

 

빈청(殯廳) 앞마당에는 오른쪽으로 상주(喪主)와 상제(喪制)가 도열하여 애이고(哀而苦)라고 호곡(號哭)하면서 조문을 받는데 전통 상복을 갖춰 입은 것을 굴건제복(屈巾祭服)이라고 한다. 망인의 가까운 친척은 흰옷에 두건을 쓰고 손자들은 삼베로 된 띠를 두른다. 망인의 며느리는 상복 치마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풀고 짚으로 엮은 수경(首經)을 쓰고 요경(腰經)을 두른다.

 

 돌아가신 후 좋은 날을 잡아 장례를 치르는데 날짜 수에 따라 3일장, 5일장, 7일장, 9일장을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3일장을 하는 편이다. 발인제를 올리고나면 가족들의 애통해하는 곡소리가 뒤 따르면서 상여는 장지로 이운된다. 이때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만장(輓章)과 조기(弔旗)가 즐비하게 뒤따르고 보내온 조화도 함께 장지로 옮긴다. 상여가 장지까지 옮겨지는 동안 상여꾼의 인도자가 망인의 생시업적과 저승 가는 이별의 슬픈 사연을 구성지게 메기면 상여꾼들이 그 소리를 함께 받으며 눈물로 떠나보낸다.

 

 산신제 의식이 끝나면 좌향(坐向)을 맞춰 미리 준비한 묘지에 하관을 하고 상여꾼들의 구슬픈 당구질이 산골짝에 메아리치면, 울다 지친 상주와 상제들이 마지막으로 평토제를 올리고 혼백을 모시고 돌아온다.

 

 옛날에는 돌아가신 후 1년째를 소상(小喪), 2년째 되는 날을 대상(大喪)이라고 하여, 만 2년이 지날 때까지 빈소를 지키면서 살아계신 듯이 끼니마다 상식(上食)을 하고 호곡을 하며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는 삭망설찬(朔望設饌)을 하고, 효심이 지극한 자식은 묘 옆에 움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매장 3일 후, 삼우제(三虞祭)를 지낼 때 매백(埋魄)을 하고 곧바로 졸곡(卒哭), 탈상(脫喪)하여 상례를 간소화하고 있다.

 

 어른들은 함께 생활하던 가족이 집에서 편안히 돌아가시게 하는 것을 도리라고 생각하였고 자기 집 밖에서 돌아가시면 객사(客死)시켰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요즘은 병원 장례식장에 시신을 안치하고 조문을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 시대에 따라 예의 풍속이 변함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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