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골백년/톳골의자연

수목

주비세상 2009. 8. 2. 19:48

 

 

수목  

 

 톳골의 수많은 산 능선을 뒤덮고 있는 수종은 상록 침엽 교목인 소나무다. 60∼80년생 소나무가 대부분이지만 안석골 도계산과 큰톳골과 안석골 선영(先塋)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는 150∼200년 되는 노송이 울창하다. 아랫톳골의 낮은 산에는 리기다소나무가 조림되어 제법 잘 자라고 있다. 뒷구렁 노송 밑에 가면 아름드리 소나무에 더덕더덕 솔보굿(속칭:굴피)이 붙어 있는데 손아귀 힘 다해 잡고 올라가다가 미끄러지면 낫으로 보굿을 때내 바람개비를 만들기도 한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관솔 붙은 장작은 땔감으로 제일이고, 집을 지을 때는 없어서 안 될 재목이 되고, 솔잎과 송진은 약으로 쓰이고, 소나무 속껍질인 송기(松肌)는 흉년의 귀중한 양식이 된다. 송기는 쌀가루와 섞어서 죽이나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기근이 들었을 때는 배고픔을 이기려고 억지로 송기죽을 먹어 변비에 걸리기도 하지만, 부자 집은 말린 송기를 불려 부드럽게 찧은 다음 쌀가루와 섞어 찌고 떡메로 쳐서 송기떡을 맛으로 해먹었다.

 

다음으로 많은 수종은 봄이면 골짜기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낙엽 활엽 관목인 진달래나무다. 봄날, 나물 캐는 여인들이 톳골 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도랑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고개를 들어보면 소나무 사이로 불길처럼 진달래꽃이 타오르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한 수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구압산 아래 큰톳골 방향으로 현사시나무가 있고, 안석골 남쪽과 삼막골 그늘진 산기슭엔 침엽 낙엽송이 밀식되어 있다. 밤나무는 안석골을 둘러싸고 있는 열 두 산등에 즐비하여 한 해 밤을 15말 정도 수확하기도 했다. 오리나무는 안석골 뒷구렁 선영 옆에 30여 그루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어 방풍림 노송과 어우러져 태고의 신비를 자아내게 하였으나 지금은 그 곳으로 포장된 농로가 나 있다. 그리고 다람쥐가 자주 오르는 참나무는 안석골 도계산에 수십 그루 군락을 이루고 웃톳골 집 뒤로 몇 그루 큰 참나무가 있을 정도다.

 

톳골의 도토리로 만든 묵은 유난히 맛이 좋다. 아침 일찍 찬이슬 헤치며 도토리를 주어 탄닌 성분의 떫은맛을 우려내고 또 우려내어 맷돌에 잘게 갈아 고운체로 거른 후 여린 불로 끓일 때 장군 주걱 이리저리 저으면 도토리묵 향기가 군침을 삼키게 한다.

 

그 외에도 여름 산기슭마다 하얗게 무더기 꽃을 피우는 조팝나무, 산 아래에서 향기 따라 헤매다 찾아내는 산이팝나무, 산 속 향기를 더해 주는 산초나무, 꿀 향기 가득한 아카시아나무, 고급 가구에 까맣게 윤기를 내는 옻나무, 위장병에 특효인 느릅나무, 김구 선생이 즐겨 나물로 드셨던 두릅나무, 한약에 골고루 들어가는 두충나무, 신경통에 좋은 골담초, 작고 긴 빨간 열매가 약이 되는 구기자, 가시 돋은 엄나무(음나무), 가시덤불 찔레와 산딸기, 선비의 상징 대나무(이대), 골짜기를 지키는 키다리 미루나무, 톳골 고개 가까운 곳에 한지 원료인 닥나무, 우물가 울타리인 노간주나무와 해당화, 봄이면 버들피리 만드는 갯버들, 낙엽 활엽 교목으로 다람쥐와 청설모의 놀이터인 떡갈나무와 참나무, 열매가 고소한 개암나무, 가을이면 빨간 잎이 눈에 띄는 개옻나무, 마당 빗자루 만드는 싸리나무, 봉황이 쉬어 가는 상서로운 오동나무, 봄처녀 머릿결처럼 유연한 능수버들이 톳골 이곳저곳에 흩어져 자라고 있다. 그 외 몇 그루 안 되는 잣나무, 벚나무, 물푸레나무, 보리수나무, 생강나무, 느티나무, 철쭉, 가시오가피나무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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