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떡국 만들기
설이 다가오면 차례 상에 올리거나 어른들께 세배 오시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기본으로 해 두어야 하는 음식이 떡국이다. 그 시대에는 모든 것이 자급자족이었다.
디딜방아로 벼를 찧어야 하고, 찧은 쌀을 물에 불렸다가 다시 떡방아를 찧어야 한다. 고운체로 처서 만든 떡가루를 큰솥에 겅그레를 받쳐 베보자기를 깔고 쌀가루를 골고루 펴 앉히고 불을 때서 푹 찐다. 식기 전에 넓은 안반에 올려놓고 힘센 장정이 떡메로 잘 엉키도록 친 후 손으로 비벼 가래떡을 빚어낸다. 채반에 가래떡을 서려 담고 하루 쯤 지나면 칼에 잘 붙지 않아 떡국 썰기 좋은 정도가 된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부녀자들이 둘러앉아 도마를 앞에 놓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얘기하며 썰어도 도마 위의 떡은 정교하기 그지없다.
설날 차례 상에 올린 후 보름까지 수시로 오시는 세배 손님들에게 간단히 끓여낼 수 있는 떡국은 아무리 먹어도 싫지 않다. 떡국의 진미는 꿩고기로부터 나온다. 육수를 만들어 끓인 후에 꿩고기나 쇠고기를 다져 계란지단과 빨간 실고추를 채 썰고, 김 가루를 뿌려 색깔 나게 고명을 만들어 그릇 가운데 살포시 올려놓으면 보기에도 아름답고 먹어도 입에 찰싹 달라붙고 냄새도 구수하여 별미 중의 별미이다.
아마 새해 첫날 음식으로 떡국을 선택한 조상들의 미각을 이해할만하다. 혹시 떡국을 썰다가 손이 부풀어 남겨둔 가래떡이 있으면 밥솥에 넣어 쌀알이 덩기덩기 붙은 체로 먹어보면 물렁하고 구수해서 좋고, 아궁이 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부풀고 갈라져 아삭하게 씹히면서 풍기는 고소한 맛은, 아무도 몰래 혼자 숨어 먹으면 더욱 진미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