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골백년/톳골의생활풍속

1. 섣달 그믐날

주비세상 2009. 7. 31. 12:24

1. 섣달 그믐날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가까우면 톳골 사람들은 새해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먼저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털어내고 돗자리를 새것으로 바꿔 깐다.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모아 두었던 묶은 빨래도 모두 꺼내서 잿물(볏짚을 태운 재를 걸러낸 물)에 삶아 부녀자들이 힘을 합쳐 웅덩이로 옮긴다.

 

  널찍한 바위에 나란히 앉아 맑은 물에 헹구고 방망이질을 하면서 왁자지껄 얘기꽃을 피운다. 마당에 몇 겹으로 빨랫줄을 매고 이불 천이랑 옷가지를 휘어지게 널고 바지랑대로 받쳐 놓으면 천 끝에 실고드름이 맺혀 얼었다 녹았다하면서 천천히 건조된다.

 

  이불 천은 촉촉할 때 마주 잡아 당기고 늘려서 반듯하게 접어 보자기에 싸서 한참 동안 밟으면 다림질한 듯 팽팽하게 된다. 외출복은 풀을 먹여 숯불 담은 접시다리미로 마주앉아 당기면서 다리미 숯불을 호호 불며 주름을 편다. 밤이면 이불 호청을 방안 가득 펼쳐 놓고 이불을 꾸민다. 긴 밤을 지새우며 비단금침 시치는 여인의 설레는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호롱불 속에 아련히 감추어 깜박인다.

 

  섣달 그믐날, 방에 돗자리를 새로 깔고 나면 부엌에서 콩과 강냉이를 한 자루 튀긴다. 한 바가지 떠서 안방, 건넌방, 사랑방마다 다니면서 방구석에 자리를 들고 한 주먹씩 넣어둔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설을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록 먹을거리가 많아, 잊고 있다가 심심할 때 구석자리를 열고 주워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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