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메밀묵 만들기
구황 작물로 천대받던 메밀이지만 잔치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묵이고,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하는 식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삼각뿔 모양으로 특이하게 생긴 메밀은 가뭄이 들어 보통 농작물을 파종할 수 없을 때 대파하던 작물이었다. 메밀은 어린 싹이 한 뼘쯤 자라면 솎아서 나물반찬으로 이용하고, 개화기가 되면 눈처럼 하얗게 꽃이 피어 골짜기 가득 메밀벌 소리가 요란하고, 꽃이 지면 하얀 가루가 까만 세모주머니에 가득 차 메밀묵과 메밀쌀로 이용된다.
메밀은 익으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추수를 서둘러야 한다. 메밀 알이 터질까싶어 도리깨질도 못하고 막대기로 고이고이 두드려 키로 까불린다.
물에 씻어 헹군 후에 쓴맛, 떫은맛을 우려내고 팔팔 끓는 물에 잠시 담궈 건진 후 물기가 빠졌다싶으면 절구나 디딜방아에 찧는다. 찧은 가루를 보드라운 체로 거를 때는 섭씨 40도 정도 뜨뜻한 물로 하고 거른 물을 솥에 넣고 약한 불로 천천히 끓이면서 나무 주걱으로 부지런히 젓는다. 이때 표면에 꽈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메밀묵이 다 된 것이다. 묵판이나 양푼에 퍼 담고 식으면 모를 만들어 찬물에 얼지 않게 보관한다.
묵은 구수하고 담백한 사계절 음식이다. 톳골에서 만드는 묵 요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묵을 채 썰어 김치볶음 고명에 김을 뿌려 먹는 묵채, 묵 한 모를 접시에 담아 양념간장 올려 숟가락으로 떠먹는 모묵, 묵을 정방형 모양으로 잘라 접시에 담아 겉절이와 섞어먹는 골패묵, 채 썬 묵을 멸치 국물에 띄워내는 묵화채, 묵을 채 썬 다음 참기름과 온갖 양념과 나물을 넣어 버무려 볶아내는 태평채 등 여러 가지 요리를 해서 독특한 맛을 내게 만들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