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명덕 거사님
삼보에 귀의하옵니다.
치악산 상원사의 7일은 저에게 또 다른 감회를 주었습니다. 그림 같은 산세와 절의 어우러짐은 시선을 돌리기 싫었습니다. 1시간 30분의 산행은 그 이상의 보람을 안겨 주었습니다. 말이 막히고 생각이 끊어진 비경을 더 이상 언설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명덕 거사님이 안내하는 곳은 제 마음을 흐뭇하게 해줍니다.
힘든 감자밭 놓기와 공양주 보살의 만남은 뭇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 가슴깊이 잊어지지 않습니다. 무엇이 바른 삶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실한 삶인지 말입니다. 부처님 곁에서 탐진치를 털어버린 산사의 삶을 살아가면서 속세의 중생을 제도해가는 공양주의 선택이 어쩌면 이 시대의 진정한 보살인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공양물이 미흡하다느니, 해우소가 멀어 공포를 느낀다느니, 방에 난방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엄살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편의주의와 호화생활에 젖어 살았기에 그 잔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명덕 거사님!
이번 수련에서 저로 인해 많은 방해를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몸의 컨디션이 나빠 상기현상이 일어났고 그 치유를 위해 화두를 버리고 수식관을 하면서 겨우 시간을 채운 저는 명덕 거사님이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차근차근 화두 삼매에 이르려고 자리를 옮기면서 의욕적으로 정진하는 모습은 부럽기도 하고 그런 도반이 자랑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성과를 올렸으리라 생각합니다.
러시아 청년 피터도 그립고, 상원사를 접수하고 우리 둘만이 하룻밤을 지내면서 공양을 해먹던 일, 비바람 몰아치는 산골 절간의 밤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도반을 위한 치밀한 배려와 안내는 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출발에서부터 귀가에 이르기까지 돌아와서 생각하니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번 수련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 같습니다.
거듭 이번 치악산 수련회의 준비와 추진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수련회까지 꾸준한 정진 있으시기 바랍니다.
불기 2550년 4월 14일
주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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