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흙살깊은골짜기<편지>

운수 선우님께

주비세상 2014. 2. 17. 10:42

운수 선우님께

 

 삼보에 귀의하옵니다.

 포근한 부석사 화엄선원에서 한 시름 잊고 선우님과 함께 4일을 보냈습니다. 고요 속에 흐르는 부석사의 범종 소리에 내 영혼을 띄워 보내며 무변허공을 유영해보았습니다.

잘 귀가하셨지요?

 아직도 저는 도반님과 나란히 앉아 면벽정진하는 모습으로 이 시간을 보냅니다.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이 뭣고?'는 이번 정진으로 조금은 제자리를 찾아간 듯하지만  여전히 적막강산이고 보면 그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명덕 거사의 말씀처럼 ‘쉽게 이루어지면 다음 할 일이 없을까 걱정'이라는 말에 위안을 가져봅니다.

  일취월장하는 박 거사님의 열정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거사님의 정진 시간을 늘리려는 의욕과 화두 일념의 알찬 수행은 시간만 허비하는 저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번 정진은 스님들이나 사용하는 선원이라는 수행 공간을  운수 선우들이 함께 공유했다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탁월한 선택을 해주신 명덕 거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 저는 운수선우 모임처럼 가슴 벅찬 여운을 남기는 행사를 세속 모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찾아내지도 않았고 가지고 온 것도 없지만 오래도록 느껴지는 가슴 뿌듯한 희열은 감출 수 없습니다. 이 여운이 생활 속에 오래도록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매일 새벽 부석의 법고 소리가 오래오래 가슴을 울리기를 바라며, 함께 해서 행복했던 선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마하반야바라밀

             2008년 10월 11일 

부석사 화엄선원 정진을 마치고  

    대구에서 주비 손모음

'주비글마당 > 흙살깊은골짜기<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경하는 명덕 거사님  (0) 2014.02.17
붕우회 상주 여행을 마치고  (0) 2014.02.17
붕우회원님께  (0) 2014.02.17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을 다녀와서  (0) 2014.02.17
법우님  (0) 201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