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106. 犬兎之爭(견토지쟁)

주비세상 2025. 6. 1. 10:43

이 성어(成語)의 뜻은 '개와 토끼가 싸운다'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면(裏面)의 뜻은 두 사람 또는, 두 집단이 다투다가 정작 아무 관련 없는 제삼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전한(前漢) 때, 유향(劉向)이 편찬한『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 강국으로 떠오른 제나라(齊)는 주변의 위나라(魏)와 대립하고 있었다. 당시 제나라 왕은 위나라를 공격하려고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부분의 신하들은 왕의 뜻에 따라 군대를 출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우곤(淳于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마 전 길을 가던 중, 사냥개 한 마리가 빠른 토끼를 쫓아가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개는 토끼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으며 토끼는 살기 위해 있는 힘껏 도망쳤습니다.
둘은 수십 리를 달렸고, 산을 다섯 번이나 오르내리며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고, 토끼는 잽싸게 몸을 틀어 피하며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결국 두 마리 모두 지쳐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사냥꾼이 이 광경을 보고 다가와 아무런 노력 없이 개와 토끼를 모두 취하여 이득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우곤은 말을 멈추고 왕을 바라보았고, 왕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왕은, 제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면, 결국 제나라와 위나라 모두 지칠 수밖에 없고, 진나라나 초나라에게 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전쟁을 포기하고 싸우는 대신 부국강병(富國强兵)에 힘을 쏟아 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든 후에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의어로 어부지리(漁父之利), 휼방지쟁
(鷸蚌之爭)도 두루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