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115.狡兎三窟(교토삼굴)

주비세상 2025. 6. 26. 10:01

 이 말은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미래에 대비하여 준비를 철저히 해 두면 화가 없다는 뜻이다. 유사어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있다.

중국 역사서 사기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과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에 전고가 있다.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맹상군은 3천여 명에 달하는 많은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중에 괴짜처럼 보이는 풍환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당시 맹상군은 많은 식객을 부양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옆 마을의 주민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돈을 제때 갚지 않아 근심에 빠져 있었다. 이에 풍환이 나서며 그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것이니, 받은 돈으로 무엇을 할까 물었다. 맹상군은 풍환에게 

"집에 없는 것을 사 오너라."

며 풍환을 떠나보낸다.
그런데 옆 마을에서 돌아온 풍환을 보니 이자만 받고 원금은 없었다. 맹상군이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풍환은 

"차용증을 불태우고 집에 없는 의리와 인정을 사 왔습니다."

라고 답한다. 맹상군은 풍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대단히 마뜩잖게 여겼다.
그 일이 있은 지 일 년 뒤 맹상군이 제나라 민왕에게 미움을 사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고 식객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풍환만이 곁에 남았다.
그러자 풍환은 일전에 돈을 빌려주었던 옆 마을에서 살 것을 권유한다. 실의에 빠진 맹상군이 옆 마을에 당도하자 주민들이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제야 풍환의 뜻을 깨달은 맹상군에게 풍환은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뚫습니다. 이제 겨우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

라고 답한다.
이후 풍환은 위(魏)의 혜왕에게 맹상군을 등용하면 제나라를 견제할 수 있다고 꼬드겨 혜왕으로 하여금 세 차례나 맹상군을 찾아와 중용을 권유하게 한다. 그러나 풍환은 자신이 혜왕을 꼬드겼음에도 맹상군에게 혜왕의 제안에 응하지 말라고 한다. 이후 혜왕이 몇 차례나 맹상군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민왕이 맹상군의 가치를 다시 깨닫고 맹상군을 다시 중용하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의 굴이다.
풍환은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다면 민왕이 다시 변심한다 하더라도 맹상군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 하에, 민왕을 설득하여 맹상군이 살고 있는 옆 마을에 제나라의 종묘를 만들게 한다.
세 개의 굴을 완성한 풍환은 

"이제 세 개의 굴이 모두 완성되었으니 이제부터 주인께서는 베개를 높이 하고 편안히 주무셔도(高枕安眠) 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