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흙살깊은골짜기<운문>

퇴임사

주비세상 2014. 2. 15. 13:50

 

 

    퇴 임 사

 

해마다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었습니다.

포기마다 피어날 향기와 색깔을 그리면서

한 세월 나를 잊고.

그것이 진정

행복인 줄도 몰랐습니다.

 

한 생각 놓고

돌이켜 보니

여기 낙강이 흐르고

저기 저렇게 푸른 비슬산이 보입니다.

지금 저는

호접몽을 꾼 듯

안개 속을 걷습니다.

 

새장을 나온 마음은

삼생을 꿰뚫은 대자유인이 된 듯

가슴 벅찹니다.

이제

비껴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인연 따라 또 한 세월을 맞으렵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무위의 삶을 살렵니다.

 

마음 따라 모든 일 이루소.

                  (1999. 8. 26 밤 알리앙스연회장 송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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