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뭣고’당신께
‘이 뭣고’당신께
삼 년 전부터 당신을 사모하였습니다.
그리움에 애태우며 기도하였습니다.
전나무 숲 긴 터널을 지나 보리수 가지 싱그러운 백련당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아!
떨리는 가슴으로 바라보는 순간 당신은 말없이 사불산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건 내 탓입니다. 아무리 가슴을 비워도 번뇌의 바닷물이 밀려와 당신을 맞을 겨를이 없는 내 삶 때문입니다.
잠시, 여명의 창가에 서면 당신의 모습은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습니다.
그 해,
보리수 가지가 하얀 눈에 휘어지고,
다음 해,
천둥소리 비바람이 문수산에서 울어도, 보광전 뒤뜰에 쌓인 두터운 눈이 새싹을 틔워도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오탁악세에 절인 몸으로 지극히 맑고 넓은 당신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맞이할 예법을 자세히 설하신 혜담, 무구 스님의 말씀도, 간절한 그리움을 오매불망 가지라는 무여 선사의 말씀도, 당신을 맞아 함께 사는 법운 거사의 체험담도,
내 마음에 당신의 자리를 비우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매미소리, 물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와 어둠의 장막이 심전에 소용돌이치는 긴 터널을 헤매었습니다. 그리고 내 식의 맑고 고요함을 보았습니다.
아!
당신은 이미 내 몸속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도오 스님의 눈빛이 당신과 나를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을 놓칠 수 없습니다. 가녀린 번뇌의 새싹이 움터도, 산 같은 탐진치가 밀려와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할 것입니다.
원적산을 오를 때까지.
* 2002. 8. 19-8. 23
(문경 사불산 대승선원 하안거 참선수련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