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흙살깊은골짜기<편지>

창강(蒼岡) 아우님께

주비세상 2014. 2. 17. 10:55

창강(蒼岡) 아우님께

 

 그간 가내 평안하온가?

 동기간(同氣間)이라도 어릴 때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니 늘 마음으로 걱정할 뿐이라네. 언제 어디 살더라도 항상 서로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없다고 보네.

 나는 해마다 봄이면 고향산천이 더욱 더 생각난다네.

 톳골 고향집을 포근히 감싸던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들, 힘들었던 농사일들, 우릴 위해 고생하시던 부모님, 이 모두가 이젠 정겹게 그리움으로 다가옴을 느낀다네. 어찌 나이 탓이겠는가?

 우리 형제들이 함께 자라면서 보고, 느끼고, 일하던 옛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께서 가업을 이루신 훌륭한 업적과 크신 사랑을 다시 한 번 그려 보고 싶었네.

 일 년 사계절의 숱한 사연을 짧은글로 모두 나타낼 수는 없지만 고향 톳골이 생각날 때면 한 번씩 읽어 볼 수 있는 노래「토곡십이곡」을 지어보았네.

 우리 형제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큰 뜻을 헤아리고 깊은 우애를 간직하리라 믿어보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이루시길 바라면서…….

2000년 5월 일

둘째 형 주비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