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글마당/흙살깊은골짜기<편지>

소운 정창호(素雲 鄭昌鎬) 교장님께

주비세상 2014. 2. 17. 10:54

소운 정창호(素雲 鄭昌鎬) 교장님께

 

 정년퇴임을 심축(心祝)드립니다.

 마땅히 퇴임식에 참여하여 긴 시간 교육에 몸 바친 거룩한 업적과 그 훌륭하신 모습을 뵙고 축하를 드려야 도리인 줄 아오나, 당내행사로 귀향하여 퇴임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량하시기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정 교장님과 동고동락하면서 교육동지로서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받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영광스런 정년퇴임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 교장님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교육의 정도를 걸어왔고 수처작주(隨處作主)하시어 학교마다 경영자의 의지를 심고 훌륭한 업적을 남겨 초등교육의 기틀을 반석 위에 올리셨습니다. 먼 후일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나라의 동량으로 세계를 누빌 때, 일터에서나 가정에서 초등학교의 추억을 떠올리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그리워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정 교장 선생님의 온후한 가르침을 받은 교직원들도 참교육의 진의를 되새기며, 확고한 교육철학으로 일관하신 참경영자의 표상으로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이제 한 시절을 접고 제도권 밖에서 더 자유롭고 보람찬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한 바탕의 꿈이라고 합니다. 교육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것도 역시 한 자리의 꿈이 틀림없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기쁨, 슬픔, 성냄, 쾌락, 영광, 좌절, 희망, 미움, 사랑 등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어도 맛보지 않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합니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접근할 수 있을지 생활 속에서 그 길을 찾아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취미와 특기로 행복한 길을 걷고 있는 정 교장님께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평소 제가 좋아하는 나옹 선사(懶翁禪師)의 시를 적어봅니다.

 

靑山兮要我以無語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이제 자주 만나 수담(手談)도 나누고, 고담대소하면서 함께 행복의 길을 찾아갑시다.

거듭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늘 강건하시고 날마다 좋은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2009년 8월 28일

강성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