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세상 2014. 2. 17. 10:41

      붕우회원님께

 

갑신년을 보내며 벗께 감사와 축하의 글을 올립니다.

사람은

잠자리에 드려할 때 하루를 되돌아보게 되고,

세모에 서서 일 년을 되돌아보게 되고,

갑년(甲年)을 맞으면 60년을 되돌아보게 되고,

임종에 이르면 평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저의 갑일에는 회원 여러분들의 정성이 담긴 크나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자리를 마련하지 못 하고 형제끼리 간단히 식사를 나누었기에 이제서야 감사와 사죄의 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아울러 저의 바로 다음날 회갑을 맞은 청담에게도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회원 명덕이 30여 년을 몸에 익힌 직장을 훌훌 벗어던지고 남은 공직 생활을 사양할 수 있는 용단은, 인간의 삶을 깊이 관조하고 평생의 시간 개념을 뛰어넘은 지혜의 눈을 가졌기에 위대한 포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이치를 터득한 것이라 봅니다. 누구나 얽히고설킨 인연의 굴레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큰 자유를 얻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만 사랑(情)에 매이고, 미움에 매이고, 탐욕에 매이고, 분별에 매여 늘 질곡 속에 살고 있기에 작은 욕심을 채우면 행복인 줄 알고 만족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명덕과 합부인께서는 그보다 더 큰 진정한 행복을 베풀고 있다고 봅니다. 흔히 물러서면서 후진에게 자리를 베푼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남에게 크나큰 도움을 주는척하는 좁쌀 같은 사랑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릇에 셀 수 없는 사랑을 담아 소리 없이 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옆에 명안을 가진 훌륭한 붕우가 함께 있다는 가슴 뿌듯함을 느낍니다.

 새해 닭 우는 소리가 더욱 맑고 우렁차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녹암과 청담이 박주일배라도 나누었다니 고맙기 그지없으나 함께하지 못한 부끄러움은 가슴 가득합니다. 용서를 빕니다.

 명덕의 새길에 축하의 꽃눈을 뿌립니다.

 회원 여러분 !

 해마다 맞이하는 새해라도 한해 한해가 더 새로워지는 것은 붕우회원들이 그만큼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새해에는 더욱 몸과 마음이 성숙하여 보람된 생활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04년 12월 31일

대구에서 주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