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을 다녀와서
운수 선원 법우님들께
삼보에 귀의하옵니다.
횡성에서 선우님들을 모두 만났을 때, 오대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반가운 저의 마음을 알고 춤을 덩실덩실 추었습니다. 열심히 수행 정진하신 법우님들의 모습이 말씀과 거동에서 묻어나올 때마다 느슨한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처음 찾은 사자암 적멸보궁은 인등 없이도 어둠 속을 걸어온 우리의 신심을 알고 말없이 포근하게 감싸 안으셨습니다. 오대산과 밤하늘이 맞닿은 희미한 능선을 한 바퀴 둘러보고, 그 중심에 제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 몸도 사리가 되어 보궁 속으로 스며드는 듯 하였습니다.
지형에 맞게 계단식으로 건축한 오층 사자암의 새로운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회랑을 오르내릴 때는 마치 궁궐을 거니는 듯하였고, 비로전의 비로자나 부처님과 극락 모습의 여덟 폭의 목각탱화는 법당의 넓은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 들어오는 불자들이 속세를 잊고 시간을 잊게 하였습니다.
성지를 찾은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사흘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부처님이 주신 맛있는 공양과 깨끗한 잠자리는 이 중생에게는 한없는 고마움 이였습니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참배하였을 때도 속세의 분진은 찾을 수 없어 이곳이 진정 불국정토이며 극락임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만날 때마다 입이 마르도록 상원사 적멸보궁의 선경을 극찬하시던 명덕 거사님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인도해 주신 명덕 거사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제 입을 즐겁게 해주신 법우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만나던 횡성휴게소에서 꿀맛 순두부 백반을 사주신 대전 박 거사님, 진부에서 줄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그 유명한 오대산 산채 백반을 사주신 효산 거사님, 진부 장터에서 수수전과 메밀전과 올챙이국수를 배터지게 사주신 명덕 거사님, 이 중생은 아직도 오욕락이 즐거운가봅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다음엔 제가 보시하는 즐거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어느 누구보다도 만나면 가장 즐거우신 분들이 우리 운수선원 도반들입니다. 세속에 찌든 대화를 벗어나 법담을 나누고 법열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또 만나고 싶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을 다녀와서
대구에서 주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