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세상 2014. 2. 15. 13:47

 

   거룻배

 

하늘과 땅이 열리고

긴 닭 울음 안계 들녘을 흔들 때

총명과 지혜의 강물이

자비의 배를 띄워 저어 온 지

예순 돌.

 

질곡의 뱃길에서

소리 없이 슬픔과 고뇌를 삼키고

두 팔 벌려 기쁨과 꿈을 펼쳐도

나랏일은 칼날로 다스리고

인륜을 천륜으로 지키며

유유히 노을빛 저어가는

찬란한 거룻배.

 

이제

큰 바다에서 누릴 자유를 향해

유정들의 광명을 위해

감미롭던 추억도,

잊고 싶던 순간도,

무심의 심전으로 돌려

반야의 노를 저어가리.

(을유년 중추 이십이일 명덕회갑 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