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치장(治葬)
조선시대부터 치장은 매장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는 조상을 좋은 명당에 모시고 싶은 효(孝)사상과 명당 발복을 받아 후손이 조상의 음덕(蔭德)을 입어 자손이 잘 되기를 바라는 풍수지리설의 영향이었다.
오늘날은 새 묘지법에 따라 타인 소유의 땅에 매장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또 산림이 울창하여 산에 묘를 쓰기가 어려워졌으며 쓸 만한 명당은 묘지로 변해 버려 사실 남은 명당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본다.
또 매장하는 경우도 성묘하기 힘든 먼 거리나 높은 산보다 쉽고 편한 가까운 산기슭이나 산기슭의 밭을 묘지로 선호하니 자연히 가까운 곳은 지가(地價)가 높아졌고 묘를 쓸 묘터를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국가에서는 좁은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 위하여 화장하여 자연장을 하거나 봉안시설에 봉안하는 방향으로 장려하고 있다.
오늘날은 매장이냐 화장이냐에 따라 치장 방법이 결정된다.
(1) 발인(發靷)
발인은 상례에서 상여가 빈소를 떠나 묘지로 향하는 절차로 날이 밝으면 영구를 상여에 옮겨 모시고 견전(遣奠)을 지낸다. 견전은 영구를 상여에 옮겨 실은 뒤, 마지막으로 올리는 전을 말하며 ‘발인제’라고도 한다. 견전의 의식은 조전과 같으며 축관이나 집사가 술을 따라 올린 다음 축관은 견전축을 읽어 고한다. 발인 때 제수는 주과포 외에 떡․고기 등을 진설할 수는 있으나 반갱은 쓰지 않는다. 상주 이하 복인들은 곡을 하며 집사가 술을 올리고 고축이 끝나면 재배한다. 고축하는 동안은 모두 곡을 그친다.
발인견전축(發靷遣奠祝) |
영이기가 왕즉유택 재진견례 영결종천
靈輀旣駕 往卽幽宅 載陳遣禮 永訣終天 |
■ 발인견전축 : 상여가 장지로 떠날 때 고하는 축
․영이 : 영구차, 상여, 행상 ․유택 : 무덤, 사자(死者)의 집
․영결 : 생자와 사자의 영원한 이별 ․종천 : 세상이 끝남, 영원함 |
■ 한글 발인견전축 ■ |
영구는 영구차에 오르시니 가시면 바로 유택이옵니다.
평안하게 모시고자 예를 베푸오니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나가시옵소서. |
(2) 영결식
장례는 고인의 신분에 따라 사회장, 단체장, 가족장 등으로 행한다. 사회장이나 단체장일 때는 장의위원회가 구성되어 그 위원회에서 영결식을 주재한다.
영결식의 장소는 상가의 뜰이나 공터 또는 장례식장이나 교회, 성당, 절에서 거행하는데 그 식순은 다음과 같다.
<영결식순>
⑴ 개식 ⑵ 주상 및 상주들의 분향재배
⑶ 고인의 약력보고 ⑷ 조사
⑸ 조객 분향 또는 헌화 ⑹ 호상 인사
⑺ 폐식
조사(弔辭)는 고인과 가까운 친척 혹은 친지 중에서 대표로 한 사람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개가 가족장인 발인제이므로 주상과 상제들의 의례가 끝난 후에는 조객 중에서 뜻 있는 사람이 있으면 분향 재배할 시간적 배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상주마다 분향하고 전주(奠酒)하고 절하는 것은 예의 본뜻은 아니다.
장의위원회에서는 제수를 준비하지 않으며 분향하고 조화(弔花)를 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호상은 주상을 대리하여 조객에게 인사한다.
(3) 구행(柩行)
구행이란 장례행렬인데 고례에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출상하였다.
장례 행렬은 방상(方相)이 제일 앞에 서고 그 뒤로 시자(侍者)․명정(銘旌)․영거(靈車)․만장(輓章)․상여(喪輿)가 따르고, 상여 옆에 삽(翣)이 따른다. 그러나 방상과 시자가 없는 경우는 명정․영거․만장이 따르고 상여 뒤에는 상주 이하 복인은 복의 경중에 따라 무거운 복인이 앞서고 가벼운 복인이 곡하면서 뒤에 따르고 그 뒤에 복이 없는 친척들과 그 밖의 손님들의 순으로 따라간다.
전통 상여의
행 렬 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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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 |
← |
시자 |
← |
명정 |
← |
영거 |
← |
*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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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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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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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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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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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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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객 |
→ |
복인 |
→ |
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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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구행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① 관 운반은 영구차 또는 영구 수레로 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상여로 한다.
② 관 운반의 행렬 순서
영정과 혼백을 모신 선도차 |
← |
영구차 |
← |
상주, 상제, 복인의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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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객의 차 |
← |
기타 기물을 실은 보조차 |
← |
제수와 음식물을 실은 차 |
가정의례준칙에는 영구차 내에서는 ‘맨 앞자리에 고인의 사진을 모신 사람이 앉고 상주들은 영구를 안치한 곳 좌우에 앉으며 기타는 적당히 자리를 잡아 앉는다.’고 되어 있으며 ‘사망 후 매장완료 또는 화장완료시까지 행하는 절차는 발인제와 위령제만을 행하고 그 이외의 노제, 반혼제, 우제 등은 지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4) 만장(輓章)
만장이란 죽은 사람을 슬퍼하여 지은 글로 장례 때 비단이나 종이에 써서 기(旗)를 만들어 상여 앞에 들고 가는 것이다. 그 지은 글을 만사(輓詞) 또는 만시(輓詩)라 한다.
만장 첫 머리에 근조(謹弔) 또는 위와 아래로 송(松), 죽(竹), 산(山), 수(水) 한자씩을 큰 글자로 쓰고 다음 자기의 성명을 쓰되 본관 후인(後人) 성명(姓名) 곡재배(哭再拜)라 쓴다.
일반적인 만장
증장인생 일몽장 부노해제 영결지
證場人生 一夢場 父老孩提 永訣地
나하감인 송사행 해가호곡 총처량
奈何敢忍 送斯行 薤歌呼哭 總凄凉 |
인간 세상이 꿈길 같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대를 만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니 꿈만 같구료. 남녀노소가 모두 나서서 영결(永訣)을 하니 상여소리 울음소리 눈물이 바다를 이루는구나.
스승에 대한 만장
오배 차무복 도여 사인거
吾輩 嗟無福 道與 斯人去
선생 엄구천 언공 백세전
先生 奄九泉 言空 百世傳 |
우리들이 복이 없어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도덕은 선생님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같으니 천만년 전할 인간의 도리를 전하여 줄 사람이 그 누구일까 합니다.
친구에 대한 만장
소시수습 매동연 무단홀연 선화거
少時修習 每同筵 無斷忽然 仙化去
만경회해 상노년 송군휘루 석양천
晩境詼諧 相老年 送君揮淚 夕陽天 |
어렸을 때는 항상 자리를 함께 하여 공부하였소. 늙어서는 서로가 늙은이라고 농담하였더니 이제 아무 말 없이 가버린단 말인가. 그대를 보내고서 눈물만 흘리고 있는데 어느 사이에 해는 저물어서 세상은 어둠 컴컴해졌구나.
자료:李茂永:한국가정의례<한국예절대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