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세상 2009. 10. 26. 13:33

 

 

이뭣고 당신

 

  삼 년 전부터 당신을 사모하였습니다. 그리움에 애태우며 기도하였습니다. 전나무 숲 긴 터널을 지나 보리수 가지 싱그러운 백련당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떨리는 가슴으로 바라보는 순간 당신은 말없이 사불산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건 내 탓입니다. 아무리 가슴을 비워도 번뇌의 바닷물이 밀려와 당신을 맞을 겨를이 없는 내 삶 때문입니다.

  잠시, 여명의 창가에 서면 당신의 모습은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습니다.

그 해, 보리수 가지가 하얀 눈에 휘어지고, 다음 해, 천둥소리 비바람이 문수산에서 울어도, 보광전 뒤뜰에 쌓인 두터운 눈이 새싹을 틔워도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오탁 악세에 절인 몸으로 지극히 맑고 넓은 당신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맞이할 예법을 자세히 설하신 혜담, 무구 스님의 말씀도, 간절한 그리움을 오매불망 가지라는 무여 선사의 말씀도, 당신을 맞아 함께 사는 법운 거사의 체험담도, 내 마음에 당신의 자리를 비우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매미소리, 물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와 어둠의 장막이 심전에 소용돌이치는 긴 터널을 헤매었습니다. 그리고 내 식의 맑고 고요함을 보았습니다.

  아!

  당신은 이미 내 몸 속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도오 스님의 눈빛이 당신과 나를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을 놓칠 수 없습니다. 가녀린 번뇌의 새싹이 움터도, 산 같은 탐진치가 밀려와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할 것입니다.

  원적산을 오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