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숙(漢文學塾)/한문용어[典故]

104. 切齒腐心(절치부심)

주비세상 2025. 5. 22. 11:29

'이를 갈고 속(마음)을 썩이다'는 뜻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뒤 치를 떨 정도로 분해서 자신이 비록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복수를 끝내하겠다고 다짐할 경우를 가리키는 고사성어이다.《사기》 〈자객열전(刺客列傳)〉 형가(荊軻) 편에 나온다.

전국시대, 연나라 태자 '단'은 자신의 식객이었던 형가에게 진왕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형가는 진나라에서 대역죄로 쫓겨나 연나라로 온 번오기를 진왕에게 넘겨주면서 그에게 다가갈 기회로 삼자며 태자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태자 단이 이를 단호히 거부하자 형가는 은밀히 번오기를 찾아가 진왕에게 복수를 하려면 당신의 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번오기는 "이는 내가 밤낮으로 이를 갈고 속을 썩이던 일이오니, 이제야 가르침을 듣고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이후 형가는 번오기의 목을 들고 진왕을 만났으나, 간발의 차이로 암살에 실패하여 형가도 죽임을 당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