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세상 2024. 10. 31. 12:29

<붕우회 해단사>

그대를 만나 처음 손을 잡았을 때
그 설렘은 사랑이 되었고,
그 사랑은 마음이 되었고,
그 마음은 꽃이 되었고,
그 꽃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대 곁에서 행복했던 시간들이여!
그대와 손잡고 거닐던 산과 들, 바닷가와 강변의 발자국에는 그대와 나의 사랑의 흔적을 담았고, 그대의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 보며 주고받던 다정한 목소리는 내 뼈에 깊이 새겨놓은 비석이 되었습니다.
그대와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던 시간은 아름다운 청춘드라마를 만들었고, 그대와 곤륜산 궁전에 포근히 잠들어 함께 요지(瑤池)를 걷던 꿈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보고 싶을 그대여!
그대 손을 놓으니 우리가 밤하늘의 견우직녀가 된 듯 안타까운 마음 애가 타지만, 그대와 나는 둘이 아니요 하나가 되었으니, 비록 몸은 멀리 있으나 마음은 늘 함께 곁에 있어 꿈속이라도 흔적 없이 오작교를 자주 건너 다니며 그대 모습을 보고오리다.
아름다운 꽃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좋은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합니다(花香千里 人香萬里). 그대와 함께 마음에 심고 피워놓은 꽃향기는 어찌 만 리만 가오리까?  오백 년을 묵어도 싹이 돋는다는 연꽃의 열매는 틀림없이 그대와 내가 맺어놓은 인연의 열매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의 손을 놓고 보내는 순간 서러운 마음 참을 수 없어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차창으로 학가산을 몇 번이나 쳐다보았습니다.
만나면 꼭 헤어지게 되고(會者定離), 떠나간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去者必返)는 옛말이 있듯이, 그대는 꼭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 그대 그리며 살고, 그대 나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저 바닷물이 다 말라 없어진다 해도 그대와 나의 아름다운 인연은 끊어질 수 없습니다. 

그대 나를 떠나 멀리 있어도,
나 그대 정겨운 목소리 들으리.
그대 나를 떠나 보이지 않아도,
나 그대 향기에 취해 잠 드리라.   

     2024년 10월 31일
붕우회 해단을 하고 돌아와서

       주비 강성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