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伯牙絶絃(백아절현)→知音(지음)
백아절현(伯牙絶絃)은 백아(伯牙)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말이고, 지음(知音)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무슨 의미를 표현하는지 연주자의 마음을 알아낸다는 말이다. 전자는 자기를 진심으로 알아주는 참다운 벗을 잃은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후자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춘추전국시대의 이름난 거문고 연주가인 백아(伯牙)와 나무꾼 종자기(鍾子期)는 가까운 벗이었다.
종자기(鍾子期)가 죽은 후 백아가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데서 ‘백아절현’이 유래했다.
여기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친구’를 뜻하는 ‘지음(知音)’도 유래했다.
백아와 종자기에 대한 이야기는 《여씨춘추(呂氏春秋) 〈본미(本味)〉》에도 있다.
백아는 거문고를 잘 타기로 소문나 있었다. 한편 그의 친구 종자기는 백아가 타는 거문고 소리를 듣기 좋아했다.
달빛이 사라진 캄캄한 그믐날 밤이었다. 백아가 어둠 속에서 거문고를 뜯을 때 종자기가 나타나 말했다.
“아, 달빛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백아는 깜짝 놀랐다. 그믐밤이지만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을 거문고 소리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종자기는 백아가 어떤 곡을 연주하든 거기에 숨어 있는 마음을 알아차렸다.
백아가 머릿속으로 우뚝하게 높이 솟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곁에서 듣고 말했다.
“훌륭하도다. 우뚝 솟은 것이 태산과 같구나.”
잠시 후, 그 뜻을 흐르는 물에 두고 연주하면,
“멋지도다. 넘칠 듯 흘러가는 것이 강물과 같구나.”
이처럼 종자기는 백아가 무엇을 연주하든 그 뜻하는 바를 다 알아맞혔다.
하루는 놀러 갔던 두 사람이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동굴로 몸을 피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슬퍼진 백아는 동굴에서 빗소리에 맞추어 거문고를 뜯었다. 처음에는 장맛비가 내리는 느낌을 연주하고 다음에는 산이 무너지는 곡을 연주했다.
종자기는 그때마다 그 곡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맞혔다. 백아가 거문고를 놓고 감탄하며 말했다.
“훌륭하다, 훌륭해! 그대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구나. 내 음악 소리는 결코 자네를 피해 갈 수 없도다!”
그 후, 종자기가 병으로 죽었다. 그 소식을 들은 백아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안고 그의 무덤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눈물이 흐를 듯한 슬픈 곡을 연주한 뒤,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죽을 때까지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이 세상에 거문고 연주를 알아줄 사람이 더 이상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